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에 RFF 도입·PIC 전환 등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개편 본격화
아세안(ASEAN)과 한국·일본·중국 등 이른바 '아세안+3' 13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한국은 정치 불안 속에서도 국정과 경제 정책은 흔들림 없이 운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지영 기재부 국제금융관리관(차관보)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25차 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제28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 회의는 글로벌 경제·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역내 거시경제 동향, 정책 방향, 금융협력 의제를 점검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최 관리관은 사임한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 등 통상 리스크와 지정학적 긴장, 교역 둔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이 확대되는 가운데 아세안+3 경제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관광산업 회복 등에 힘입어 4%대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불확실성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정책 유연성 유지와 구조개혁 병행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회원국들은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지속가능한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역내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역내 금융협력의 핵심 의제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개편이었다. CMIM은 아세안+3 국가들의 외환 위기 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다자간 통화스왑 협정으로, 총 규모는 2천400억달러이며 한국은 이 가운데 384억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자연재해 등 외부 충격 발생 시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한 '신속금융프로그램'(RFF) 도입을 위한 규정 개정에 합의했고, 기존 통화스왑 방식에서 납입자본(PIC)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모델을 기준으로 삼아 논의를 집중하고 운영 거버넌스 및 외환보유액 인정 등 미해결 쟁점은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최 관리관은 "CMIM 개편은 한국이 지난해 의장국 수임 시부터 중점 추진해온 과제로, 글로벌 금융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PIC 전환에 있어 CMIM의 보완기제 역할 유지와 회원국 부담 최소화를 위해 외환보유액 인정 여부를 중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 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최 전 부총리 사임이라는 정치적 격변에도 견고한 법치 기반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국회에서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을 바탕으로 대외 통상 리스크 대응과 민생 지원 등에 필요한 재정을 신속히 집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회원국들은 이와 함께 2019년 수립된 '아세안+3 전략방향' 개정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새 전략을 내년도 회의에서 채택하기로 했다. 회원국 구조개혁을 지원할 'SPIRIT'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신설됐다.
또한, 한국 주도로 운영 중인 '미래과제 작업반4(핀테크 발전)' 활동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하고 논의 범위를 디지털 금융 전반으로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한편 최 관리관은 아세안+3 공동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아미르 함자 아지잔 재무장관, 압둘 라시드 가푸르 중앙은행 총재와의 면담을 통해 CMIM 개편과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관리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내년도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일본·필리핀 공동 주재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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