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집으로 30층·10만 가구 만든다"…모듈러 건축 공법 사업 확장

입력 2025-05-04 16:14:20 수정 2025-05-04 18:10:40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동화나라 앞 공터에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동화나라 앞 공터에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국내 건설사와 공공기관들이 세계적 추세인 친환경 스마트 건설 기술인 모듈러(조립식) 공법을 도입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전 제작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줄이고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단층 주택에서 고층·다가구 아파트 건설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활성화를 위해선 각종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은 사전 제작 콘크리트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중심으로 점점 고층화, 대규모화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자회사 GPC와 PC 공법을 활용, 전용면적 59㎡와 84㎡ 타입 시험 건축물을 만들었다. GS건설은 기존에도 PC 제품을 생산·판매했으나, 이번 건축물은 30층 이상으로 건축 가능한 주택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완공된 주택 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13층 규모 경기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이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환화(건설 부문)다.

한화 건설 부문은 지난 2012년 이라크에서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10만80가구를 PC 공법으로 짓는다. 지난해 말 기준 3만여가구를 완성, 2만1천480가구가 입주했다.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도 해외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3년 인도네시아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와 모듈러, 신재생 에너지 등의 기술을 스마트시티 개발에 적용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해 우크라이나 중부의 드니프로주 크리비리흐시와 '모듈러 건축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정부도 국정과제로 모듈러 주택을 채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2030 LH OSC(탈현장건설공법) 주택 로드맵'을 공개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세종시에 국내 최대 규모인 450가구 규모 모듈러 공공임대 주택을 짓는다.

지난달 18일 LH는 국내 최고층인 22층 높이 '의왕초평 A-4블록' 모듈러 견본주택을 완성, 전문가 대상 품평회도 개최했다. LH는 올해 1천가구, 2026∼2029년 연간 3천가구를 발주할 계획이다.

다만, 모듈러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국내 건축법상 13층 이상인 건물은 화재 시 주요 구조가 3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내화 성능을 갖춰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할 제품력을 갖추는 것이 큰 과제다.

또 모듈러를 운반할 도로나 들어 올릴 중장비 상황에 따라 제품 규격이 제한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소규모 시장인데 반해 초기 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 공사비가 30% 가량 비싼 점도 단점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듈러 주택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은 그 어느 산업보다 노동 의존적 생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숙련 기술자 감소와 고령화로 투입할 인력 자체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이런 탈현장 생산 방식이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듈러를 포함한 탈현장 생산 방식이 좀 더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등이 더 여러 면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