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산불 현장감식 중 최초 발화지점 특정…"특정한 목적 가지고 왔을 것"

입력 2025-04-30 12:54:08 수정 2025-04-30 16:30:30

1시간가량 현장 조사…"제단서 100m 떨어진 곳"
현장서 인화성 물질 등 물증은 발견 안 돼

국립산림과학원과 경찰, 북구청, 소방 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함지산 산불 발화지점에서 정부합동감식을 실시했다. 남정운 기자
국립산림과학원과 경찰, 북구청, 소방 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함지산 산불 발화지점에서 정부합동감식을 실시했다. 남정운 기자

지난 28일 발생한 함지산 산불 발화지점의 합동감식이 30일 오전 실시됐다. 이날 최초 발화지점을 특정한 감식반은 다양한 발화 요인을 열어두고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경찰, 북구청, 소방 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노곡동 산 19 인근의 발화지점에서 합동감식을 벌였다.

현장에는 노곡동 도로 끝부터 이어지는 농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만한 너비의 길을 15분가량 올라갔다. 길 초입에는 입산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는 밭과 봉분 여러 개가 번갈아 보였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현장은 노란 저지선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감식반은 현장을 둘러보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합동감식은 약 1시간동안 진행됐다.

감식반은 이날 조사를 통해 당초 세 곳 중 하나로 추정하던 최초 발화지점을 특정하는 것에 성공했다. 감식반 설명에 따르면 최초 발화지점은 굿당과 제단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으로,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경로는 하나뿐이다.

현장에서는 향 등을 담는 그릇 등이 발견됐지만, 양초 등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감식반은 발화지점의 위치와 연결성 등을 고려할 때, 발화자가 현장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중간 결론을 내렸다.

이날 감식에 참여한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박사는 "발화지점은 등산로에서 300~400m정도 벗어난 외진 곳"이라며 "사람 진출입이 어려운 소로를 한참 걸은 만큼, 처음부터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조사에서 확실한 물증을 찾지는 못했다. 앞으로도 유관 기관들과 수사에 매진하겠다"며 "실화와 방화, 무속행위, 방제작업 등 다양한 발화 원인을 모두 열어놓고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발화지점으로 들어가는 농로에서는 지난 28일 산불을 직접 신고했다는 경험담이 나왔다.

입산통제구역 인근에서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성기(77)씨는 지난 28일 오후 12시30분쯤 밭을 찾았다. 한창 물을 퍼나르던 김씨는 옆 밭 주인에게 "산 능선에서 연기가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 사람이 '전화를 차에 두고 왔다'길래 직접 신고를 했다. 소방 요청에 따라 영상통화로 현장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후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지 않으려 차와 오토바이를 몰고 큰 도로까지 내려왔다. 점심쯤 올라가 내려올 때까지 수상한 사람이 오가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