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될 뻔한 도심 대형 산불, 야간 수리온헬기 투입·선제 주민대피 주효
산림청 수리온 헬기 2대 최초 동시 투입
해발 287m정도로 높지 않고 장애물 없어 비행 가능 판단
진화인력 1515명 밤샘 투입…산림당국, 예측 시스템 활용
주민 선제적 대피…피해 줄여

대구 북구 함지산 대형 산불이 발화 23시간 만에 진화된 가운데 야간 진화 작업에 투입된 산림청 수리온 헬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리온 헬기가 진화에 본격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대구시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19%에 그쳤던 진화율은 이날 오전 4시 60%에서 오전 8시 82%로 가파르게 상승한 끝에 오후 1시 주불이 잡혔다. 밤 사이 진화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하룻밤 사이 함지산 산불 확산세를 막은 것은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헬기와 진화 인력을 집중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 진화에 야간 진화 작업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담수 용량 2천ℓ) 2대를 산불 현장에 동시 투입했다. 수리온헬기는 산림 당국이 산불진화에 활용하는 국산 헬기로 최첨단 군용 투시경과 센서 등 디지털 장비를 갖춰 야간 비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종이다.
투입된 헬기들은 28일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착륙지인 K-2 군 공항에 배치된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받고 각각 9차례씩 산불 현장에 출동해 모두 3만6천ℓ의 물을 쏟아냈다.
수리온 헬기는 2020년 안동 산불과 2022년 울진 산불에 각각 1대가 시범 투입된 적이 있지만, 야간 진화에 2대를 함께 투입해 본격 운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림청은 함지산이 해발 287m정도로 높지 않고, 경북 산불과 달리 화재 지역 주변에 철탑과 고압선 등 공중 장애물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야간 투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야간에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진화인력 1천515명, 고성능 산불진화차량 15대 등 장비 398대가 밤샘 투입된 것도 주효했다.
임하수 남부지방산림청장은 "야간 헬기 투입은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간 투입에 신중했지만, 이번 산불은 도심형 산불이라 총 2대를 실질적으로 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도 수리온 헬기에 공을 돌렸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함지산 산불 현장과 대구 비행장 계류장이 가까워 운용이 용이했고, 수리온 헬기가 도입된 이후 수년간 투시경이나 야간 진화에 필요한 장비들이 선진화 돼 이번 진화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산불이 축구장 364개 면적을 집어삼킨 와중에도 인명‧재산 피해는 미미했다. 지난달 경북 북동부 초대형 산불과 달리 아파트 등이 밀집한 대도시 도심 야산에서 발생한 탓에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산림당국이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키면서 추가 피해를 막았다.
산림당국과 시는 산불 발생 당일 오후부터 함지산 인근 노곡동, 조야동, 서변동 등 지역 주민 6천500명을 사전 대피시켰고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뿐 아니라 북구 실내체육관, 숙박업소, 주변 교육연수시설 등도 주민 대피소로 추가 확보했다.
불길이 민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열화상 드론을 통해 화선을 관측한 뒤 헬기를 이용해 산불 지연제(리타던트)를 10차례 집중적으로 공중 살포한 것도 불길 확산을 막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진화 시 대구시와 산림청, 소방·경찰·군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결과 큰 피해는 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민가 주변 등 구역에 남은 잔불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근무조를 편성·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확정…TK 출신 6번째 대통령 되나
김재섭, 전장연 방지법 발의…"민주당도 동의해야"
이재명 "함께 사는 세상 만들 것"…이승만·박정희 등 묘역참배
文 "이재명, 큰 박수로 축하…김경수엔 위로 보낸다"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