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입찰담합 20개 건축사사무소에 237억원 과징금 부과

입력 2025-04-29 12:00:00

4년간 92건 입찰서 사전 낙찰 합의·들러리 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매일신문 DB
공정거래위원회. 매일신문 DB

공공 건설감리 용역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까지 동원한 대형 건축사사무소 20곳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해당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37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17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발주한 92건의 공공분야 건설사업관리 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20개 건축사사무소에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입찰 전 사전 모임을 통해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경쟁을 피하고자 '들러리 참가'를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계약된 금액만 5천567억원에 이른다.

케이디, 토문, 목양 3개 사는 2019년 10월 모임을 하고 LH가 발주한 경산하양A-4블록 등 6건 중 네 건을 배분하고 상호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들이 목양에 배분한 경산하양A-4블록에 아이티엠이 들러리 참가자로 등장해 목양이 42억원에 낙찰을 받아가도록 했다.

또한 케이디, 토문, 건원, 무영, 목양 등 5개 주요 건축사사무소는 2020년 5월 LH 발주 124개 공구 중 예정금액이 큰 50개를 균등 배분한 후 사별 낙찰 예정 공구를 정해 낙찰 가능성을 사실상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티엠, 신성, 동일, 희림, 해마 등 컨소시엄을 구성한 다른 사업자와도 물량 배분 내역을 공유하고,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들러리까지 섭외해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담합 범위는 조달청 발주 입찰까지 확대됐다. 2021년부터 2023년 초까지 진행된 15건의 조달청 발주 감리용역 입찰에서도 3개 컨소시엄이 사전 협의를 통해 참가 여부를 조율하고 9건에서 들러리를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공공 건설감리 분야에서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광범위한 담합 행위에 대한 엄정 조치"라며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의 신뢰성을 훼손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를 받은 업체 중 담합 가담자 17명을 형사고발 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건의 입찰에 들러리로만 3개 사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사업자별 과징금액. 2025.4.29.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사업자별 과징금액. 2025.4.29. 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