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보니 행복이다] 남수진·서다영 부부 "네 자매 딸부잣집, 육아로 힘들어도 행복은 네 제곱"

입력 2025-05-22 13:30:00 수정 2025-05-22 17:57:28

세 쌍둥이 이어 막내도 딸아이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 경제적 측면 확대돼야 가계 도움

남수진·서다영 부부는 세 쌍둥이(첫째 선우, 둘째 선유, 셋째 선율)와 넷째 선빈 등 4자매를 둔 딸 부잣집 가장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남수진·서다영 부부는 세 쌍둥이(첫째 선우, 둘째 선유, 셋째 선율)와 넷째 선빈 등 4자매를 둔 딸 부잣집 가장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남수진(39) 주무관은 교사인 서다영(35) 씨와 2022년 2월 결혼해 그해 8월 세 쌍둥이(첫째 선우, 둘째 선유, 셋째 선율)를 낳았다. 모두 딸아이들이다.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 1월 이 가정에 새 생명이 찾아왔는데 그 또한 딸(선빈). 그렇게 그는 요즘 보기 드문 4자매 딸 부잣집 가장이 됐다.

아내는 세 쌍둥이 임신 후 휴직을 하고 줄곧 집에서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남 주무관의 어머니 권서연(62) 씨도 삼둥이 출산 후 아들 내외 집으로 들어와 육아를 돕고 있다. 그는 "우리 집은 여자 여섯에 남자는 저 하나"라며 자신을 '여복이 터진 공무원'이라 소개했다.

세 쌍둥이가 넷째 선빈의 옹알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세 쌍둥이가 넷째 선빈의 옹알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세 쌍둥이 부모가 되다

처음에는 쌍둥이인 줄로만 알았다. 임신 후 첫 병원 검사에서 의사로부터 쌍둥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일주일 뒤 갔더니 하나가 더 보인다는 거다. 남 주무관은 "세 쌍둥이라고 하니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지만 자칫 출산 과정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병원에서도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할 수 있다며 선택적 유산을 권했다. 하지만 남수진·서다영 부부는 초음파 검사에서 들려오는 세 쌍둥이의 힘찬 심장소리와 헤엄치듯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아, 세 생명이 찾아온 것은 운명이다."

아내 서 씨는 잘 낳고 잘 키우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덧 배가 불러오고 아이들이 배를 쿵쿵 치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안타까웠다. 출산이 다가올수록 몸이 급속도로 붓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임신 31주차에 입원을 했고 의사는 자궁 수축과 경부 길이 축소를 이유로 빠른 출산을 권유했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의 1일은 바깥에서 7일 성장과 같다는데 엄마로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출산 예정일 보다 6일 빠른 34주 3일 만에 세 아기를 만나게 됐다.

기쁨도 잠시, 세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호흡곤란증후군이었다. 병원에서는 사흘이 고비라고 했다.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부부의 마음은 타들어만 갔다. 아내 서 씨는 "왠지 아가들 울음소리가 약하다 했더니, 그 어린 것들이 몸에 장치를 달고 있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회고했다. 더욱이 그 때는 코로나19 시국이라 아기들 면회도 불가능했다. 간호사들이 찍어준 사진만 보다 딱 한 번 면회를 하고 퇴원을 했다.

다행히 셋째 선율이는 두 언니들 보다 상태가 괜찮아 퇴원 후 엄마와 함께 조리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아이가 걱정됐지만 그나마 선율이가 있어 위로가 됐다. 이후 부부는 선율이와 함께 먼저 집으로 왔고 곧이어 선우, 선유도 호전돼 완전체로 다함께 만나게 됐다.

남수진·서다영 부부의 네 자매 육아에 시어머니 권서연 씨도 손을 보태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남수진·서다영 부부의 네 자매 육아에 시어머니 권서연 씨도 손을 보태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고부(姑婦)가 육아 동지로

선우, 선유는 일란성이고 선율은 이란성이다. 모두 얌전한 편이긴 하지만 그중 선율이가 호기심이 많고 겁이 없는 편이다. 항상 첫째와 둘째를 선동해 일(장난)을 꾸민다. 외모도 두 언니들과는 조금 다르다.

삼둥이는 저희끼리 종종 다투고 울기도 하지만 언제나 함께 하는 든든한 친구다. 놀이 상대가 늘 옆에 있으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한 아이가 아프면 다같이 오래 아플 때가 있어 그건 단점이다. 하나가 감기에 걸리면 시간 차를 두고 한명씩 증세가 나타나는 식이다.

각오는 했지만 역시나 세 쌍둥이를 키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남 주무관의 어머니 권서연 씨다. 남 주무관은 "도저히 아내 혼자서는 어렵다는 걸 아시고 감사하게도 어머니가 며느리의 육아 동지를 자처해주셨다"며 "이 때문에 현재 아버지는 안동에서 할머니와 따로 살고 계신다"고 했다.

요즘은 손주 돌봄 등 황혼 육아를 꺼려하는 분위기지만 권서연 씨는 힘 닿는 데까지 아들내외 육아를 도와줄 생각이다. 그는 "며느리가 임신했다고 할 때부터 육아에 동참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며 "며느리도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 학교에 복귀도 해야 할 테고 제가 또 아직은 건강하니 여력이 되는 한 손주들을 키워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할머니까지 합세해 2년 6개월여를 삼둥이 육아에 몰두했다. 그러던 차에 또 하나의 새 생명이 이들 가족에 왔다. 남 주무관은 "막내 선빈이는 삼둥이가 어느 정도 크고 방심한 사이에 찾아온 뜻밖의 행운"이라며 "솔직히 막내 임신 후 영구 피임도 생각해봤지만 국가적으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 아직 고민 중"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막내는 언니들과 다르게 3.8kg의 준우량아(?) 급으로 태어났다. 출생 후에도 나날이 몸무게가 늘며 언니들을 위협하고 있다. 2달이 지나자 언니들 돌 때 입던 옷도 맞을 정도다.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어린아이가 넷이 되니 육아 난이도는 극악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다행히 올 3월부터 삼둥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숨통이 트였다. 삼둥이는 평일 어린이집에 갔다 오후 4시에 돌아오는데 그 시간 아내는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하고 어머니는 막내를 돌봐준다.

주말 육아 분담은 남편이 세 쌍둥이를, 아내가 막내를 밀착 케어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남 주무관은 세 쌍둥이와 주로 외출을 하는데 어떻게 하든 아이들의 체력을 최대한 소진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낮에 아이들을 완전 방전시켜야 밤에 빨리 재울 수 있어서다. 그는 "육퇴 후 맥주 한 잔의 호사를 꿈꾸지만 그건 꿈일 뿐, 늘 지쳐 돌아오는 건 저 하나"라며 허탈해 했다.

남수진·서다영 부부가 세 쌍둥이(첫째 선우, 둘째 선유, 셋째 선율)와 넷째 선빈을 데리고 외출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남수진·서다영 부부가 세 쌍둥이(첫째 선우, 둘째 선유, 셋째 선율)와 넷째 선빈을 데리고 외출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힘은 들어도 행복은 네 제곱

아이 넷을 데리고 밖에 나가면 어딜 가나 주목을 받는다. 어쩔 때는 처음 보는 어르신들이 용돈까지 준다. 특히 세 쌍둥이는 보기 드문 경우니 어딜 가나 인기다. 남 주무관은 "앞으로 아이들 데리고 어르신들 많은 곳으로 자주 나가볼 생각"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남수진·서다영 부부는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행복은 네 제곱"이라며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재미있게 잘 살았으면 하는 소망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걱정도 된다. 남 주무관은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출산 관련 지원금도 잘 나오고 있어 큰 부담은 없다"면서도 "아이들 미래를 생각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는 있는데 나중 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욱 확대돼야 가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게 이 부부의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까지 이들이 받은 다자녀 가정 혜택은 첫만남이용권(일시급), 출생축하금(일시급), 부모급여(만 2세까지 매달 지급) 정도다. 세 쌍둥이의 경우 이른둥이, 미숙아로 태어나서 병원비 지원도 조금 받았다.

출산 관련 지원책도 불필요한 제한 사항은 없애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신생아특례대출만 해도 아파트 면적 제한(85㎡ 이하)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금액 제한이 있는데 굳이 면적까지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부부는 "식구가 많을수록 더 큰 집이 필요한 법"이라며 "정부에서 다자녀 가정에 인센티브를 주려면 현실성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출산 가정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아이가 간절한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