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연 기자의 한페이지] 2013년 독도힙합페스티벌로 시작한 '대구힙페'…"이제 타지역·해외서 60%가 몰려와"
서브컬처가 강한 대구, 힙합 아티스트 배출도 많아…"신입 힙합 아티스트 꾸준히 발굴 중"
전국구 인기에도 대구 지키고 싶어…대구 지역 음식점 등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만들 것
겨울이 가고 봄, 여름이 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축제다. 여름을 기다리게 하는 대구의 대표 축제 '대구힙합페스티벌(대구 힙페)'. 2016년 1만6천800명의 대구 청년들이 모였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대구 힙페는 이제 전국구 페스티벌이 됐다. 서울과 수도권, 해외 등 대구 힙페를 보러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티켓 구매자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이 대구힙합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인물이 바로 여승현 현대사회 대표다. 대학시절부터 대구 청년들이 힙합 등 서브컬처를 즐길 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 썼다는 여 대표. 지난 11일 대구 교동 허름한 주택가 내 뮤직바 '에이에프(af)'에서 힙합 파티를 연 그를 만났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힙합페스티벌이다. 이렇게 큰 축제를 만들기 시작한 그 처음이 궁금하다.
▶대학 총학생회 간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영남대 법대를 나왔다. 총학생회 간부를 하며 2010년 대학교 축제 공연을 기획했다. 생각보다 축제 예산이 많더라. 대학 공연은 손해볼 거 생각하고 하는 장사는 아니니 마음껏 재밌게 만들어보자 싶었다.
2012년 축제 때는 클럽 문화를 대학교 축제에 들여왔다. 대구경북 최초로 야외 무대에 클럽처럼 놀 수 있게 꾸리고 DJ를 세웠다. 클럽은 입구 뺀지 등 진입장벽이 있고 음지에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걸 주류 문화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클럽이 불편한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이 문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실제로 공연을 하니 교수님들이 더 좋아하셨다.
-법대생인데 이 정도로 공연 문화에 진심이었던 이유가 있나.
▶법대에서 배운 것은 최대한 합리적이어야 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거였다. 학생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문화라고 생각했다. 학생회로서 쓸 수 있는 예산 내에서 최대한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서브 문화를 연결시켜주고 싶었다.

-지금의 힙합페스티벌의 시초가 독도힙합페스티벌인데, 이게 2013년부터 시작됐다.
▶2013년도 8월 공익 근무를 하면서 독도힙합페스티벌을 총괄 기획하게 됐다. 독도라고 해서 독도에서 공연을 하는 건 아니다. 공연은 영남대에서 했다. 대신 여기서 얻은 수익금 일부는 독도를 위해 기부를 했다.
-그럼 왜 독도인가?
▶그냥 붙였다. 콘텐츠 기획은 '선점'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꼭 거기에서 공연하는 사람만 이름을 붙이라는 법 있나. 청년들이 모여 노는데, '독도 기부'라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면 말 되지 않나. 우선 선점하고 의미는 나중에 부여하면 된다. 페스티벌을 처음 열고 그 다음 해는 경상북도에서 지원을 받아서 또 개최했다.
-정말 독도에서 공연을 하면 의미 있겠다.
▶2017년에는 경북도 지원 받아서 진짜 독도에서 힙합공연을 했다. 많이는 못 갔고 100명 정도 인원을 추렸다. 독도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너무 의미 깊어서 또 지원을 받는다면 다시 하고 싶은 공연 기획 중 하나다.

-현재 대구힙합페스티벌 형태는 언제부터 갖추게 됐나.
▶2015년 대구시에서 청년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을 해왔다. 이름이 '청년대구로 힙합페스티벌'이었다. 2016년에는 대구시에서 3억짜리 제안 공모사업으로 입찰을 진행했고 사업에 선정돼서 또 페스티벌을 열 수 있었다.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 1만6천800명이 모였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 3억 지원 받고 6억 정도 티켓판매로 수익을 냈다. 그게 지금의 대구힙합페스티벌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라고 보면 된다.
-왜 하필 '힙합' 페스티벌인가?
▶개인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를 좋아한다. 지금도 신인 힙합 아티스트들 곡은 모두 챙겨 듣는다. 아직은 인기가 없지만 잠재력이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일도 한다. 대구가 힙합이 강하다. 현재 한국에서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가 대구 출신이 많다. 이센스, 도끼, MC메타, 베이식 등이 대표적이다.
-힙합이 강한 이유가 있나.
▶힙합은 대표적인 서브컬처 장르다. 대구는 서브컬처 선호도가 높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대구는 거대 자본보다는 로컬적인 것들이 더 잘 살아남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유니클로, 자라 같은 거대 의류 브랜드보다 개인이 하는 편집숍이 인기가 더 좋다. 작은 가게가 잘 돼서 전국으로 시장 장악력을 넓혀가는 사례가 그래서 대구에 많다. 교촌치킨, 신전떡볶이 등 모두 로컬에서 잘 된 브랜드가 전국적 프랜차이즈가 된 사례다.

-청년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근데 하필 페스티벌 형태인 이유는 뭔가.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때창이다. 싸이의 공연이 인기가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한 공간에서 수천 수만명의 사람이 같은 음악을 듣고 모두 가사를 따라부를 때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사람은 다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부딪힐 때도 많은데 어떤 공간과 어떤 음악 안에서 연결되고 뭉쳐지는 경험들. 그것이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시기에서도 공동체의 가치, 연대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말한 것처럼 대구힙합페스티벌 역시 대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인기가 많다.
▶2016년만 해도 1만6천800명의 대구 청년들이 모였다. 이제는 대구 청년은 40% 정도고 60%는 서울, 수도권, 해외 등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대구에서 개최하는 공연이 인기가 많기 쉽지 않은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힙합이 서브컬처라고 하지 않았나. 인기 없는 시절부터 차근 차근 올라가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 인기 없는 시기를 보내는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들까지 모두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게 힙합 페스티벌이다. 이미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 말고, 마이너한 아티스트들의 음악까지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그 마이너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기 위해 힙합 동향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
프로듀스101의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지지하는 연습생이 스타로 성공하는 과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힙합페스티벌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으로 넓힐 생각은 없나.
▶솔직히 서울에 그대로 가져가서 힙합페스티벌 열면 서울 다 씹어먹을 자신 있다. 근데 그냥 대구를 지키고 싶은 이상한 사명감이 있다. 성공욕보다는 대구를 지키고 싶은 사명감인데, 내가 생각해도 이건 병이다. (웃음)
-대구는 청년 유출이 심한 곳인데.
▶가는 사람은 가는 거고, 내가 집중하고 싶은 건 남아있는 사람이다. 여전히 대구에 남아있는 청년들이 있다. 남아있는 사람은 또 남아있는 대로 잘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또 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실제로 6월에 로컬 페스티벌도 기획 중이다. 대구 지역에서 사업장을 내고 자신만의 브랜드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데 모아서 팝업 스토어처럼 운영하는 거다. 이뿐 만아니라 로컬 사람들이 뭉치는 것에 대해 사업 구상을 하고 있다.
-교동 외각에 뮤직바도 만들었는데.
▶로컬 문화에 깊게 들어가기 위해서다. 목표는 디제이(DJ)문화를 대구 곳곳에 퍼트리는 거다. 이곳을 포함해서 더현대대구 지하 2층에도 DJ가 디제잉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 중구의 한 카페에서도 진행할 예정이다.
-개인적 목표도 있나.
▶빚을 빨리 갚아서 집을 사고 싶다. 대구 수성구 범사만삼(범어4동, 만촌3동)에 국민 평수인 34평 정도의 집을 사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대구 청년 문화를 이끈다는 분의 개인적인 목표가 너무 평범한 거 아닌가. 사업적인 목표를 물어볼 걸 그랬다.
▶로컬 매장들의 상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대구 중구에 동아식당, 피키차일드다이닝 등 소위 '힙한' 로컬 매장들이 많다. 예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또 홍보하고 쿠폰도 지급해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소비자들의 소비 생활을 돕는 플랫폼인데 지역 업장들로만 돼 있기 때문에 로컬을 살리는 효과도 있다.
대구로 당일치기 미식 여행하는 사람 많다. 처음에는 이런 접근성 높은 F&B 사업으로 시작해서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싶다. 이미 진행 중이다. '대구르르', '대구rr(대구ㄱㄱ)'라는 이름이다. 주변에서 이런 거 이미 많고 실패했다고 한소리 하는 분들도 있다. 난 성공시킬 거다. 실패한 사람은 나처럼 안 했기 때문에 실패한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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