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빙상장 공사에 선수들 당혹…"새벽 2시에 창원서 훈련하고 대구로 등교"

입력 2025-04-15 16:44:08 수정 2025-04-15 21:57:41

붕괴위험에 대구경북 유일 '국제규격' 빙상장 이용 제한
대체 훈련장 못 구하는 학생들…'꼭두새벽 훈련' 고육지책도
학부모 "임시 사용, 출결 조정" 요구에 시·교육청 "어렵다"

23일 오후 대구실내빙상장에서 피겨 정규과정 강습생과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유진 기자
23일 오후 대구실내빙상장에서 피겨 정규과정 강습생과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유진 기자

대구실내빙상장이 지난달부터 긴급보수공사에 들어간 가운데, 대체훈련장을 찾지 못한 지역 빙상선수 준비생들과 학부모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꼭두새벽에 대구 밖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대구로 돌아와 등교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 놓였지만, 대구시와 대구교육청 또한 이들을 도울 방법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15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대구실내빙상장은 지난달 1일부터 긴급보수공사를 진행중이다. 대구실내빙상장은 지난해 8월 실시한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고, 지난 겨울에는 천장 구조물 추가 변형이 확인됐다.

문제는 대구실내빙상장이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일한 '국제규격' 빙상장이라는 점이다. 대구실내빙상장이 임시 폐쇄된 시점이 지난 겨울 시즌 일정과 겹치면서, 지역 내 빙상선수 준비생들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훈련을 이어갈 장소를 잃어버렸다.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지역 내에서 적절한 대체 훈련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대구혁신도시에 '제2빙상장'이 지어지긴 하지만, 그전까지 훈련할 장소가 마땅찮은 상황이다.

결국 학생들은 규격에 맞지 않는 대구경북 내 빙상장을 이용하거나, 경남 창원의 국제규격 빙상장을 오가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종목 특성상 빙상장 규격이 중요한 일부 학생들은 새벽 2시에 창원 빙상장을 찾아 훈련하고 대구로 돌아와 등교하는, 상식 밖의 일정을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다.

학부모 A씨는 "학교 출결 문제 때문에 매일 대구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훈련 목적으로 학교를 빠지는 것도 규정상 한계가 있다고 들었다"며 "아이나 부모나 언제까지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일부 학생들은 대구경북 밖 전학까지 고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빙상 특기생 특성상 전학 갈 학교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세고, 맞벌이나 다자녀가구 등 가정별 현실적 여건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학부모들은 대구시에 대구실내빙상장을 임시 보수해 좀 더 사용하는 방안을, 대구교육청에 타 지역 훈련을 위한 출결 협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대구교육청은 모두 학부모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대구실내빙상장은 현재 안전사고 위험이 심각한 상태다. 임시 보수만으로 사용을 재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존중해 여러 대안을 검토해봤지만,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시가 학생들의 체류비와 교통비 정도를 지원해주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생활기록부 규정상 훈련 관련 결석 일수는 엄격하게 관리되는 부분"이라며 "학생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시도교육청 재량으로 이를 조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