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수사 첫날 임성근 4시간 조사, 과실치사 혐의 추궁

입력 2025-07-02 19:08:31 수정 2025-07-02 19:27:01

피의자 신분 출석…민감한 질문엔 진술거부권·선택적 답변
휴대전화 제출했지만 비밀번호 '모르쇠'…조만간 추가 소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이 수사개시 첫 날인 2일 핵심 수사 대상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소환해 약 4시간 동안 조사했다.

특검이 현판식과 함께 수사 개시를 선언한 이후 진행한 첫 소환조사다.

이날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4시간 정도 조사받았다.

조사는 대구지검에서 임 전 사단장을 수사한 임상규 검사가 맡았다.

이날 조사에서 특검은 실종자 수색 작전과 관련 안전대책 수립을 지시하지 않고 안전 장비 등 준비 여건을 보장하지 않은 점, 현장 지도 중 부하에게 수색을 재촉하며 위험성 평가를 방해한 점, 수중수색 언론보도 사진을 보고도 이를 만류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과실치사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상당 부분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 측근을 통한 구명 로비 의혹, 사건 직후 사고 경위 허위 보고 의혹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선택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이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아 조사는 오후 6시쯤 종료됐다. 이에 따라 특검은 추가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임 전 사단장은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에 "업무상 과실치사, 구명 로비 등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들을 소명하고 진술이 필요 없는 부분은 안 했다"며 "다음 일정을 원만하게 정해 특검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자신의 휴대전화를 특검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달하지 않았다.

그는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부대장으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1년여 간의 수사 끝에 채상병 사망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불송치를 결정했지만, 채상병 유족의 이의제기로 대구지검이 다시 수사해왔다.

특검은 조만간 임 전 사단장을 추가로 소환해 남은 혐의들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임 전 사단장은 특검 조사 전 취재진과 만나 "당시 사단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중수색 지시를 하지 않은 저에게는 법적 책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측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한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선 "이종호씨와 일면식도 없고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김건희 여사와도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만약 전화라도 한번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겠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VIP 격노설'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 없다. 언론을 통해 들은 것만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올해 2월 예편해 민간인 신분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