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분양 무덤' 대구, LH 공공주택 공급 홀대…올해 0가구

입력 2025-04-14 15:53:29 수정 2025-04-14 19:57:44

수도권 편중 공급에 지역 무주택 서민 '한숨'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전국에 공급하는 분양·임대주택 8만8천가구 중 대구경북 몫은 단 42가구(0.05%)에 그쳤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주택 정책이 비수도권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을 외면한 채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전국적으로 분양·임대주택 8만8천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무주택 서민 청년 등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분양주택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2만4천호 수준이다.

문제는 분양주택의 77%(1만8천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에는 단 한 가구도 공급되지 않은 가운데 특히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등에 8천가구가 공급된다. LH 분양주택은 신혼부부, 한부모가족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집, 공동육아나눔터 등 다양한 육아·보육시설이 단지 내 마련되고 6년 거주 후 분양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형도 존재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도 대구는 제외됐다. 올해 L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매입임대, 전세임대, 건설임대 등 6만4천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에는 청도에 공급되는 행복주택 42가구가 전부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을 위해 차질 없이 주택공급을 이어갈 것이라는 LH의 설명과 달리 올해 대구경북은 공급이 뚝 끊긴 셈이다.

올해 공급량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LH는 대구경북의 아파트 공급량 과잉과 미분양을 꼽았다. LH 관계자는 "건설 경기에 따라 사업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비수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착공 물량이 많다"며 "특히 대구의 경우 민간의 미분양 물량도 많기 때문에 지역 부동산 여건을 감안해 사업 물량이 조정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이유로 올해 입주자 모집 예정인 가구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택 업계는 수도권 집중이 지역 인구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모든 자원과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에 치중된다. 신혼부부, 1인 가구, 청년, 저소득층 등 LH 공급 물량이 필요한 계층이 있다. 오히려 비수도권 공급을 늘려야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