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국회의원 가운데 1/3이 일반 시민을 상대로 댓글창을 사실상 닫아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친구'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 의원들은 댓글창을 전체공개로 열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증거를 내밀어도 "나는 전체공개로 해뒀다"고 거듭 주장했다. 댓글창을 열지 않은 의원 중엔 따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전체공개로 바꾼 '새침데기형' 국회의원도 있었고 게시물에 따라 전체공개와 일부공개를 오가는 이른바 '밀당형' 국회의원도 있었다.
13일 매일신문 취재 결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31%에 해당하는 91명이 댓글창을 전체공개로 해두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48명, 국민의힘 의원 39명, 조국혁신당 2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1명 순이었다.
매일신문은 91명 모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폐쇄적으로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47명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47명 대부분 소통이 잘 됐지만 곽상언 민주당 의원과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에도 따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에 매일신문은 의원실에 전화로 문의했다. 의원실조차 계속 답변을 주겠다고만 하고 답을 안 줬다. 매일신문이 직접 의원을 찾아가고 의원실 문을 두들기자 그제야 "별 이유 없다"고 했다.
이 가운데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과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취재 도중 댓글창을 전체공개로 전환했다.

18명은 악성 댓글을 이유로 댔다. 다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밀당형'으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일부 게시글 댓글창은 전체공개로 해뒀고 일부 게시글 댓글창은 일부공개로 설정해놨다.
12명은 "댓글 제한이 있는 줄 몰랐다"고 답했다. 댓글 제한 상태를 몰랐다고 한 12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 문금주·문대림·신정훈·안호영·위성락·이훈기·정준호 의원 등 7명은 즉시 댓글창을 전체공개로 열었다.
국민의힘 소속 김상욱·성일종 의원과 민주당 소속 권향엽·김영진·장종태 의원 등 5명은 '새침데기형'이었다. "왜 댓글창을 전체공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댓글창을 전체공개로 변경했다.
◇'불통왕' 국회의원은 누구?
지지자와 적극 소통하겠다며 국회의원 당선 뒤 '배지 언박싱'을 유튜브로 중계까지 했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닿기 가장 어려웠다. 의원과 연락이 되지 않아 의원실을 찾자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시 설득하려 의원실을 찾았지만 "취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밖에 받지 못했다.

용 의원은 비례대표로만 두 번째 의원직에 당선된 사람이다. 2024년 기본소득당 신임 지도부가 출범하자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엔 TBS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고 말할 정도로 소통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노종면·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모든 연락과 여러 차례 방문에도 답을 주지 않았다. 김태호·노종면 의원실 관계자가 "의원이 직접 관리해서 잘 모른다"고 했기에 매일신문은 의원에게 계속 연락하고 찾아갔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박찬대 의원도 연락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의원 페이스북을 관리하는 비서관은 "회신하겠다"고 답을 한 뒤 계속 연락을 하고 찾아가도 답을 주지 않았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연락이 안 됐다. 의원실을 직접 찾아가자 의원실 관계자는 "답변이 없었다고 보도해 달라"고 했다.
◇'부인왕' 국회의원은 누구?
몇몇 의원들은 댓글창이 전체공개 상태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수현·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처음 통화에서 "전체공개 상태"라고 했으나 댓글창 화면을 보여주자 각각 "특별한 이유가 없다" "불법 광고물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전체공개라고 주장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증거를 내밀자 응답이 없었다.
한편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박준태·서천호·인요한·한기호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의정 활동을 잘하면 충분히 평가해주는 언론환경이 있기에 따로 계정을 만들지 않았다"며 "아카이브 성격의 블로그만 운영 중"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별 이유 없다"고 답했고 인 의원은 답을 따로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염탐하는 기자들 눈을 피하려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 페이스북 댓글창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국회의원 명단(91명)
1. "특별한 이유 없다." - 47명
배준영 국민의힘(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허종식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백선희 조국혁신당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김예지 국민의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김장겸 국민의힘
김정재 국민의힘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김형동 국민의힘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백종헌 국민의힘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서명옥 국민의힘
서일준 국민의힘
서지영 국민의힘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안상훈 국민의힘
엄태영 국민의힘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유상범 국민의힘
유영하 국민의힘
윤상현 국민의힘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이만희 국민의힘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임이자 국민의힘
임종득 국민의힘
정동만 국민의힘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정희용 국민의힘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조지연 국민의힘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은석 국민의힘
추경호 국민의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2. "악성 댓글이 많이 달려서." - 18명
나경원 국민의힘
곽규택 국민의힘
김건 국민의힘
김대식 국민의힘
김미애 국민의힘
김민전 국민의힘
김석기 국민의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김소희 국민의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무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박수민 국민의힘
송언석 국민의힘
이종욱 국민의힘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진종오 국민의힘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3. "몰랐다." - 12명
문금주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문대림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신정훈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안호영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이훈기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정준호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우재준 국민의힘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4. 무응답 - 11명
김상욱 국민의힘(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권향엽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성일종 국민의힘(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장종태 더불어민주당(현재 전체공개로 전환)
김태호 국민의힘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조국혁신당
5. "전체공개로 해뒀다." - 3명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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