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美관세발 글로벌 폭락장에도 선방했다

입력 2025-04-12 10:34:00 수정 2025-04-12 10:58:07

3~11일 코스닥 수익률 1.57%… G20 24개 지수 중 2위
코스피 수익률은 -2.92%로 5위… 조선 등 일부 업종 지수 끌어올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34포인트(0.50%) 내린 2,432.72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6.5원 내린 1,449.9원. 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34포인트(0.50%) 내린 2,432.72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6.5원 내린 1,449.9원. 연합뉴스

미국 상호관세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으나 한국 증시는 다른 주요 증시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상호관세가 공개된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주요 20개국(G20)의 24개 주요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코스닥 지수는 1.57%였다. 이는 지난 2일 종가와 11일 종가를 비교한 것이다.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인도네시아의 IDX종합지수(4.3%)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24개 지수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지수는 IDX종합지수와 코스닥 지수뿐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일 0.20% 하락한 뒤 바로 다음 날 0.57% 상승했다.

이후 7일과 9일에 각각 5.25%, 2.29% 내렸으나 상호관세가 유예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5.97% 급반등했으며, 11일에도 2.02% 올라 상호관세로 인한 낙폭을 만회했다.

코스피 수익률의 경우 같은 기간 -2.92%로 5번째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3위는 터키 BIST100(-1.94%), 4위는 호주 ALLORDS(-2.70%)였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중국의 심천종합지수(-6.59%)와 상해종합지수(-3.34%)는 물론 일본의 닛케이225지수(-5.99%)보다 수익률을 잘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FTSEMIB(-10.86%), 프랑스 CAC40(-9.32%), 유로스톡스50(-9.14%) 등 유럽 증시와 캐나다 S&P TSX(-9.06%), 미국 다우(-6.23%) 등 북미 증시 수익률에서 악화가 두드러졌다.

다만, 국내 증시의 선방은 지난해 부진으로 밸류에이션이 이미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코스피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로, 2008년 금융위기(0.81배)보다 낮을 정도였다.

지난해 주가 하락의 주된 이유였던 기업 실적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12개월 선행 영업이익이 310조원대로 4월 이후 2.2% 상승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통상 1분기 실적 시즌은 여타 분기 대비 어닝 서프라이즈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시즌에 가까워질수록 이익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등의 수요가 관세 부과 이전으로 앞당겨지며 실적 기대감은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이 있는 조선업종의 주가가 급등한 것 역시 지수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조선 관련주들이 포함돼있는 KRX기계장비 지수는 같은 기간 4.97%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에 속하는 일부 제약·바이오주의 급등이 지수를 견인한 측면도 있었다.

이외에 그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정치 리스크가 정점을 지나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것도 지수 하방을 막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나올 내수 촉진 정책이나 유동성 확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아직 경계를 낮춰선 안 되는 상황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극도의 피로도에 노출된 금융시장 투심의 안정화가 관건"이라며 "방향성의 추세화를 예상하는 전략보다 리스크를 대비하고 기대수익률을 낮춰잡는, 짧으면서도 보수적인 전술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