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하나, 털 한 올까지…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亞 최대 규모 전시 개최

입력 2025-04-11 12:55:4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11일 개막
30여 년 시기별 주요 작품 등 소개
거대한 해골 10m 쌓은 '매스' 연작도
"고요하고 강력한 몰입 경험할 전시"

마스크 II, 2002, 혼합 재료, 77 × 118 × 85 cm.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스크 II, 2002, 혼합 재료, 77 × 118 × 85 cm.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침대에서, 2005, 혼합 재료, 162 × 650 × 395 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침대에서, 2005, 혼합 재료, 162 × 650 × 395 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영상관에서
1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영상관에서 '론 뮤익' 전시 언론공개회가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현대 조각의 세계적 거장 론 뮤익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11일 개막했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C,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30여 년 간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놀라움을 선보여 온 작가 론 뮤익의 시기별 주요 작품을 총망라해 소개한다.

전시에서는 그의 창작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 작품 10점과 함께 스튜디오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조각 매체의 재료, 기법, 표현 방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각 장르의 확장을 이끌어내며, 현대 조각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 왔다.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놀랍도록 정교하고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론 뮤익의 조각적 테크닉과 표현력은 그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다"며 "그의 작품은 현대인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취약함,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과 존재론적 성찰을 담아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5, 6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5전시실에 들어서면 실제 크기의 약 4배 가량인 작가의 자화상 '마스크'(2002)가 관람객을 맞는다. 주름과 털 한 올까지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나, 뒤에서 보면 그것이 텅 비어있는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유령'(1998·2004)을 비롯해 '나뭇가지를 든 여인'(2009)과 '젊은 연인'(2013), 암탉과 중년의 남성이 마주해 팽팽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치킨/맨'(2019), 여성과 아이의 모습을 담은 '쇼핑하는 여인'(2013) 등을 선보인다.

가로 6.5m·세로 4m에 달하는 대형 작품 '침대에서'(2005)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침대에 누운 거대한 인물은 단순히 형태의 정교함을 넘어 그 인물의 생각을 상상하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에 설치된 론 뮤익의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에 설치된 론 뮤익의 작품 '매스'. 이연정 기자
유령, 1998_2004, 혼합 재료, 202 × 65 × 99 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유령, 1998_2004, 혼합 재료, 202 × 65 × 99 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스틸 라이프_작업하는 론 뮤익, 고티에 드블롱드 각본 및 감독, 2013, HD 영화, 48분. ⓒ 고티에 드블롱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스틸 라이프_작업하는 론 뮤익, 고티에 드블롱드 각본 및 감독, 2013, HD 영화, 48분. ⓒ 고티에 드블롱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5전시실 마지막에 설치된 작품 '매스'(2016~2017)다. 작가가 파리의 지하 묘지 카타콤을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경험을 재현한 이 작품은 14m 높이의 천장까지 거대한 해골들을 쌓아 감탄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오늘날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자연재해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6전시실에서는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Gautier Deblonde)의 작업실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 두 편을 통해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창작 과정과 예술가로서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다.

홍 학예연구사는 "론 뮤익의 작품은 실제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며 시대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만든다"며 "그의 작업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 간의 과정으로 완성되는데 이는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인생극장 ▷인생질문 ▷인생서점 등을 전시 기간 운영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현대 조각 거장의 작품들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경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