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계에 바란다] 대금 연주자 구슬기 "미래 연주자·관객 키우는 예술교육 확대를"

입력 2025-04-16 11:11:51 수정 2025-04-16 15:55:51

15년차 국악인이자 초등·중학교 국악 강사 병행
청년 예술가 지원사업으로 독주회·앨범 등 적극 활용
"국악은 교육 통한 전승예술, 지원으로 이어 나가야"

지난 3일 대금 연주자 구슬기가 연습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최현정 기자
지난 3일 대금 연주자 구슬기가 연습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최현정 기자

"무대에 설 때마다 늘 떨리지만 언제나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저는 무대에 계속 서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최근 만난 대금 연주자 구슬기는 그가 발매한 음원의 제목 '으라차차 슬기씨'처럼 통통 튀고 활기찬 에너지를 전하며 국악인으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통해 대금을 처음 접한 그는 선생님의 권유로 악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가족·지인들 중 예술을 전공한 자가 없어 부모님의 권유로 예고가 아닌 일반고에 진학했다.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주 1회 대구청소년 관현악단에 취미로 나가 공연을 올리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고3 시기에 본격적으로 음악에 도전하게 된다.

이후 영남대 국악과에 진학한 그는 음악을 일찍 시작한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시절을 보냈다고. 그 결과 교직 이수와 장학 졸업을 동시에 이뤄냈고, 연계 과정을 통해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한번 시작하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으로 국악인의 길에 몸담은지도 15년이 흘렀다.

2016~17년에는 대구문화재단(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청년 예술가 육성 지원 사업 3기에 선정돼 독주회 2회 개최, 앨범 발매, 뮤직비디오 촬영 등 본인만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했다.

그는 "예술가들은 금전적인 제약이 크면 도전조차 쉽지 않은데, 지원을 받아 나만의것을 직접 꾸려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결과물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교육, 문화생활을 접하는 데도 제약이 없었기에 지원비를 모두 활동비로 썼다. 특히 독주회를 연다는 게 연주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정산까지 실무적인 부분까지의 모든 과정이 어린 나이에 큰 배움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매 공연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지난해 그의 스승인 양성필이 창시한 '양성필류 대금 산조'를 제자들 중 처음으로 배워 개최한 독주회를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았다. 연초 1월 첫째 주부터 레슨을 시작해 작년 한 해가 오롯이 독주회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그는 "50분 정도 되는 한 유파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부는 곡인 만큼 체력 준비가 필요했다. 초반 주력 연습 때는 오래 유지하고 있어야하는 자세 탓에 몸도 아프곤 했는데, 적응기가 지나고 나니 한결 가벼운 상태로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또 무대 위에서 선생님이 직접 장구 장단을 쳐주셔서 의지도 되고 편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금 연주자 구슬기 공연 사진. 본인 제공
대금 연주자 구슬기 공연 사진. 본인 제공

현재 그는 프리랜서 국악인이자 동시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국악 강사를 병행하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예술계와 동시에 예술 교육 분야에 확연하게 줄어든 지원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프리랜서 예술가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주변 예술가 모두 공유하는 부분이다 보니 만나면 요즘 어떻게 지내냐 하는 이야기를 묻게 된다. 몇 년간 위축된 추세를 느끼고 완전히 다른 길로 전향하거나 고민의 과도기에 있는 분들도 있다. 국악의 경우 교육을 통해 전승하고 계속 이어져야하는 예술이다보니 그 고민이 더 깊어진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선·후배 연주자들이 많기에 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와 장이 많아졌으면 한다.

국악 교육을 비롯해 예술 교육 쪽도 축소됐다고 느끼는 게 시수부터 수업을 나갈 수 있는 학교, 환경이 확연히 줄었다. 이러한 교육이 길게 보면 연주자와 관객을 양성하는 기회인데 결국 문화계 전체적으로 악순환이다."

끝으로 그는 올해 경북대 국악학과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으라차차 슬기씨'의 행보를 이어간다. 그는 "지역 국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싶다. 학기 중 배운 것들을 기반해 하반기에는 공연과 새 앨범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