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마오쩌둥은 후계자로 여겨지던 류사오치(劉少奇)를 반혁명 수정주의자로 낙인찍으며 홍위병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듬해 류의 집으로 향한 분노의 홍위병들은 그의 아내 왕광메이(王光美)를 비판투쟁대회 단상에 세운다. 홍위병들은 그녀에게 흰색 치파오와 하이힐을 착용하게 하고 목에는 탁구공 목걸이를 걸었다. 그러고는 '부르주아 여왕'이라 조롱했다. 1963년 동남아 순방 때 착용한 복장 그대로였는데 이게 부르주아 분자의 확실한 증거로 돌변했다. 광기(狂氣)의 시대라는 문화대혁명의 단면이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있기까지 난무했던 음모론과 추측 중에서 합리적 추론으로 흔하게 회자(膾炙)하던 건 '5대 3 데드락' 가능성이었다. 보수 성향 재판관 3명이 탄핵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내고 있다는 루머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을 초조하게 만든 항설(巷說)이었을 것이다.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추천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였지만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했다. 재판관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에 엄격히 배제했어야 할 주장이었다.
이를 근거로 세몰이에 나서려 했던 범야권의 패악(悖惡)은 파면 선고에 묻혀 침잠(沈潛)하는 분위기다. 특히 특정 재판관 한 명을 꼽아 '국민들의 화병(火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던 조국혁신당의 엄포는 홍위병 선동에 나선 마오쩌둥을 연상케 했다. 소송 참여 신청서에 선고 지연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재판관 한 명을 적어 내면 최다 지목 재판관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적 요구 실현이라는 외피를 쓴 반대 진영 재판관 겁박이었다.
4일 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선고가 전해지며 애먼 사람 잡겠노라 선동했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분노를 난사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사뭇 궁금해졌는데 파면 결정 이틀이 꼬박 지나도록 사과의 말은 민주당 정성호 의원에게서 나온 게 유일해 보인다. 그는 "정형식,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의 용기와 결단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전원일치 파면 선고를 낼 거면 왜 늦었냐고 또 따지고 든다. 남 탓 손가락질이 고질병이라는 게 이렇게 또 입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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