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내 작업의 본질은 삶 자체이자 일상의 충실한 기록"

입력 2025-04-06 13:48:43

조영선 개인전 'Shaping Spaces'
4월 9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인 슈바빙

조영선, Shaping Spaces-5, 91.0x91.0cm, oil on canvas, 2024
조영선, Shaping Spaces-5, 91.0x91.0cm, oil on canvas, 2024
조영선, Shaping Spaces-10, 53.0x45.5cm, oil on canvas, 2025
조영선, Shaping Spaces-10, 53.0x45.5cm, oil on canvas, 2025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조영선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조영선 작가. 이연정 기자

조영선 작가의 작품은 어릴 적 쓰던 일기를 생각나게 한다. 그 날의 날씨와 경험, 그 때의 감정과 사유를 꾹꾹 눌러 담은 작품은 어느 날은 혼란스럽고 거칠게, 어느 날은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표현된다.

매일 다른 삶 속의 다양한 경험이 나타나기에 작품 변화의 폭이 크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서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색이다. 그의 작품에는 빨강이든 파랑이든 분홍이든 그 색의 범주 안에서 차가운 느낌보다 따뜻한 느낌의 색이 올려진다.

"나름 차가운 색을 고른다고 했는데도 항상 따뜻하게 나타나더군요. 매일의 감정은 다르지만 그간 내가 대체로 경험하고 봐온 것이나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따뜻함과 행복에 기반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미국 아트 리그 스쿨(Art league school)과 경기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었다. 새 학년이 돼서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펼쳐보는 것이 미술 교과서였고, 어딘가에 놀러가면 '집에 얼른 가서 저걸 그려야지'하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이었던 1960년대 당시, 큰 배에 탄 여러 어린이들의 얼굴 색을 다 다르게 그려 주변 어른들을 놀라게도 했다.

그는 "탁월한 미적 감각을 타고난 것도, 천재도 아니었고 다만 부모님이 미술과 음악을 항상 곁에 가까이 하셨다"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 몸에, 내 삶에 스며든 것이 예술이었다. 그러한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예술적인 가정 환경과 언어를 전공하며 쌓은 인문학적 소양, 프랑스 파리와 미국에서 살며 겪은 다양한 경험이 모두 녹아있다. 처음에는 복잡하던 화면이 차츰 정리돼갔고, 15년 전부터는 완전히 추상 회화에 몰두하게 됐다.

그는 자신의 작업 세계에 대해 "내 작업의 본질은 다름 아닌 삶 자체이고, 특별한 경험뿐 아니라 내게 끝없는 영감을 주는 일상의 충실한 기록"이라며 "가시적 대상을 통해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를 면과 색으로 표현하는 것을 작업의 원칙으로 삼는다"고 했다.

작가는 최근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바로 손자다. 그는 "이 나이에 손자를 돌보려니 솔직히 몸이 힘들고 작업하는 물리적 시간도 크게 줄었지만, 예전의 기억을 회상하게 하고 삶의 지속성, 신비함을 생각하게 해 줘서 오히려 창작의 기운을 얻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다소 자유로움과 여유를 느낄 줄 알게 된 지금을 즐기며, 대단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내 삶을 매일매일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터치를 항상 깔끔하게 다듬어야 하는 성격이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덜 다듬어도 그냥 놔둬요. 그게 좀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크게 웃으면 안된다는 소리 듣고 자랐지만, 어느 날 크게 웃으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관람객에게도 다듬지 않고 내보이는 그림이 그렇게 다가가지 않을까요?"

그의 개인전 '셰이핑 스페이시즈(Shaping Spaces)'는 4월 9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열린다. 053-257-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