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계엄 실체도 절차도 안 맞아…내란죄 혐의 尹에 부담

입력 2025-04-04 14:24:15 수정 2025-04-04 14:27:02

계엄은 군사상 필요, 공공 안녕질서 등 목적…경고용 등 주장 인정 안 해
"국정 마비 등 정치·제도·사법으로 해결할 문제"
포고문도 대의민주주의·권력분립원칙 위반…尹, 내란 형사 재판 어쩌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실체적, 절차적으로 요건을 모두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경고성, 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군사상 필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의 목적이라는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 탄핵안 발의 등 국정 마비 상태, 부정선거 의혹 등을 들어 비상계엄이 필요했다고 얘기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부분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당의 전횡이나 국정 위기 상황을 국민에 알리기 위한 경고성, 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기 때문에 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헌법재판소는 설명했다. 계엄 선포나 계엄사령관 임명 등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국무총리 및 9명의 국무위원에게 선포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 것 외에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계엄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계엄사령관과 국무위원 등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지만 계엄이 선포됐고, 계엄 시행 일시·지역, 계엄사령관 공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계엄 사실을 통고하지도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계엄 포고령 역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은 물론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문 대행은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 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포고령이 계엄에 필요한 형식이었을 뿐 실행을 위한 계획이나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해왔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포고령으로 막고자 한 것은 '국회·정당의 반국가 활동'일 뿐, '정상적 활동'을 막으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계엄과 포고령 등에 대해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한 만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파면에 이어 형사 재판에서도 내란죄 적용이 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