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다이내믹 코리아,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입력 2025-04-08 14:20:53 수정 2025-04-08 17:54:34

정진호 포스텍 교수

정진호 포스텍 교수
정진호 포스텍 교수

온 국민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12·3 내란이 123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방점을 찍었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벚꽃이 만발한 청명한 하늘 아래, 기다리던 탄핵 선고가 마침내 전 세계를 향해 생중계로 지구촌 공중파를 탔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날이 온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21세기 대명천지에 계엄이라니? 그 무법자를 막아서려고 온 국민이 생업을 뒤로하고 거리로 뛰쳐나갔고 일상이 손에 안 잡히는 불안 증후군과 불면의 밤에 시달려 왔다. 내란 수괴 체포를 둘러싸고 큰 몸살을 앓게 하더니, 폭도들의 법원 습격과 기상천외한 법조 망나니들에 의해 불법 탈옥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제 그 우두머리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헌재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했던 그 순간, 무너질 것만 같았던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났다.

'다이내믹 코리아,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무장 군인을 동원한 친위 쿠데타를 맨손으로 막아 냈고, 헌법 절차에 의해 탄핵시킨 위대한 국민! 응원봉 빛의 축제와 키세스단이 어우러진 K-민주주의의 진면목을, 전 세계 교과서에 등장할 대하드라마를 온 국민이 배우가 되어 연출한 것이다. 물론 빌런 역할을 한 배우들도 있었다. 그래서 더 치열했고 더 극적이고 더 감격했다.

지난 150년의 근현대사를 돌아볼 때, 우리 민족만큼이나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민족이 더 있을까?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태인조차 다 겪어 보지 못한 망국과 식민, 분단, 전쟁, 독재, 그리고 이산이라는 정치사회적 비극 5종 세트를 짧은 시간에 몽땅 경험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치며 열강의 싸움터가 되었고, 분단과 전쟁을 통해 좌우 이데올로기 냉전의 희생양으로 전락, 전 세계가 감당해야 할 그 갈등과 비극을 DMZ를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우리 민족이 살아 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굴하지 않고 오늘날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와 문화의 선진화뿐 아니라 K-민주주의로 빛의 혁명을 이루어 냈다.

환희와 분노가 갈렸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숨 가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또다시 구태와 정쟁에 함몰된다면, 값비싼 희생을 치러 낸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낼 지도자가 필요하다. 내란범들에게는 80년을 미루어 왔던 역사적 단죄에 대한 단호한 척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대편에 섰던 국민들의 상실감과 분노의 감정을 녹여 내고 함께 뛰는 국민으로 만들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성경에는 권력과 부를 겸비한 명문 가문 출신 사울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보잘것없는 목동 다윗이 등장한다. 골리앗을 물리친 용맹으로 백성들이 다윗을 칭송하자 사울은 정적 다윗을 제거하기 위해 살기를 품고 창을 던지고 집요하게 수색하고 추격하다가 스스로 무너져 전사했다. 그러나 적장의 죽음 앞에서 다윗은 기뻐하지 아니하고 그를 추종하던 부족들을 다독이며 결국 남북 통일 왕조를 이룬다.

통 큰 정치인이 필요하다. 김일성 주석의 죽음 앞에 당시 비탄에 빠진 북한 동포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다면, 우리 민족은 성큼 통일의 역사를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분열과 대립을 먹잇감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던 그 세력들은 이제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모든 분열의 양극화는 멈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로 미래의 역사를 써 나갈 수 있다.

이번 계엄 내란이 가져다준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자. 막대한 국가 경제와 외교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것은 위대한 국민들이 다시 되살리면 된다. 오히려 이번 계엄 내란을 거치면서 젊은 층들의 역사의식이 깨어났고, 소양 있는 보수층들이 부패 검찰과 매국 세력들의 거악과 민낯을 직시하며 돌아서기 시작했다. 골수 보수 논객이었던 조갑제, 정규재, 김진 씨조차 절대 탄핵을 외치며 한배를 탔다. 그들은 진정 계몽되었다.

제주 4·3 국가 폭력의 과거사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4·4 미래 사회로 나아가자. 대기업과 부자뿐 아니라 노동자와 약자를 같이 품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남과 북이 만나 열강을 함께 경영할 수 있는 그런 다이내믹 코리아를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