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1대, 지원은 0" 안동 산불피해… 남후농공단지 기업들 절규

입력 2025-04-01 15:06:39 수정 2025-04-01 15:09:04

24곳 공장 피해, 10곳 전소… 보험·철거·운영자금 '사각지대'
"재해 리스트에도 없고, 대출만 권유… 더는 버틸 힘 없다"

안동 남후농공단지 내 수많은 기업들이 산불 피해로 공장 건물이 전소되고 시설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촬영한 피해지역 모습. 김영진 기자
안동 남후농공단지 내 수많은 기업들이 산불 피해로 공장 건물이 전소되고 시설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촬영한 피해지역 모습. 김영진 기자

"소방서에도 신고하고, 시에도 요청했지만… 결국 그날 오후까지 온 소방차는 한 대뿐이었습니다."

1일 찾은 안동시 남후농공단지. 지난달 25일 대형 산불로 폐허가 된 공장들 사이에선 아직도 그을음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현장을 지키는 기업인들은 "이제는 진짜 망할 일만 남았다"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당시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남후면까지 번지며 남후농공단지 내 42개 입주 공장 중 24곳에 피해를 줬다. 이 중 10곳은 전소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이 '재난 보상 체계'에서 아예 빠져 있다는 점이다.

피해 기업들은 "재해 대상에서 기업은 빠져 있어 주택 피해는 지원금이 나오지만, 기업은 대출만 권유받는 상황"이라며 "이미 경기도 어려워 다들 많은 대출을 낀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화재보험이 있어도 감가상각이 적용돼 절반 수준밖에 보상을 못 받고, 철거비 수억 원은 지원 항목에조차 없다. 아예 보험이 없는 소기업은 말 그대로 전소된 잿더미만 안은 셈이다.

한 입주 기업인은 "설비만 복구해도 수십억인데 대출로는 턱도 없다"며 "정부는 피해 현장 와서 대출 이야기만 반복하고, 실질적인 지원은 하나도 없다"고 호소했다.

특히 기업들은 이번 화재가 천재지변이 아닌 의성지역 최초 발화자로 인해 시작 된 '인재(人災)'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25일 오후 3시부터 불이 번지고 있다고 수차례 신고했지만, 소방차 한 대 온 게 전부였다"며 "문화재는 지켰지만 기업은 놓쳤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실제로 피해 당시 남후농공단지에는 배치된 소방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일선 근로자들이 불길을 맨몸으로 막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기업인들은 "일부 화재보험사에서는 이번 산불 피해를 두고 자연재해로 분류하면서 보상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벌써 보이고 있다"며 "보험 보상 한계와 행정 지원의 공백이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1일 안동 남후농공단지 내 시설이 이번 초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습. 김영진 기자
1일 안동 남후농공단지 내 시설이 이번 초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습. 김영진 기자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재해 특례보증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기업인들의 목소리다. '재해 확인증' 발급 절차조차 복잡하고, 지원금은 커녕 부채만 늘어나는 구조란 것이다.

입주 기업들은 ▷화재보험 감가상각 보전 ▷철거비 및 운영자금 지원 ▷임금 지급 보조 ▷재난보상법 내 기업 포함 ▷경북도 예비비 즉시 투입 ▷'경북 초대형 산불 피해 복구 특별법' 제정에 기업 포함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피해 기업 대표들은 "지역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소비도 사라진다"며 "막상 피해를 봐보니 지자체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말이 옛말처럼 느껴진다. 지금이야말로 시와 도, 정부가 '있는 기업'부터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