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김영수] 탄핵 반대인가, 대선 승리인가

입력 2025-04-07 14:21:30 수정 2025-04-07 18:50:34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조기 대선전략은 무얼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발표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긴급 입장에 큰 얼개가 담겼다.

요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여당과 보수진영을 '어둠의 세력'으로 규정한 것. 12·3 비상계엄 이후 헌재 선고까지 사태를 '빛의 혁명'으로 이름붙인 건 그런 뜻이다. 둘째는 보수의 가치를 빼앗는 것. 이 대표는 '성장과 발전'을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원래 보수의 비전이다. 요컨대 보수진영을 어둠의 세력으로 규정해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려는 큰 그림이다.

이런 전략이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이미 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론'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성장론을 넘어, 기업 발전이 국가 발전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 대표를 상징하는 '기본사회'는 분배론인데, 그조차 휴지처럼 버린 것이다. 추경을 전제로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이재명표 현금 살포도 그만이다.

경제만이 아니다. 1월 22일 조셉 윤 주한 미국대리대사를 만나 "대한민국의 번영과 동북아 평화"를 이끈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엔 "미군은 점령군", "흉악한 사드 대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고 했다. 최근 발언만 보면 국민의힘 대표 같다. 그의 인생 신조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이라는 흑묘백묘론이다. 그러나 최근의 변신은 단순히 여기도 쎼쎼, 저기도 쎼쎼하는 표리부동으로만 보기 어렵다. 여기까지가 1부다.

2부는 민주당의 신장개업 선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19일, "민주당은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라,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사슴 보고 말이라는, 경천동지할 주장이다. 당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역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정당',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를 지향했다는 거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우리 당(국민회의)은 시작 때부터 중도우파"라고 한 적이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조차 "당의 정체성은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했다. 중도 보수의 소유권을 차지하려는 싸움은 이처럼 유구하다. 진보는 왜 중도 보수를 탐낼까? 한국 유권자의 선택에서 성장과 안보의 가치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중도층에서 특히 그렇다. 이 대표가 다시 이 카드를 꺼내 든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른바 '중도 외연 확장' 전략이다. 어떤 선거도 관건은 그것이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자. 대통령 후보 선호를 묻는 질문에 전국 평균은 38%였다. 나머지를 보수-진보로 단순 반분하면 36%다. 갤럽은 한국 유권자의 37% 정도를 중도로 본다. 무당파층 혹은 중도층이 대선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지역의 '응답 유보'는 44%에 달했다. 헌재 선고 이후, 탄핵 반대 입장이 강했던 이 지역 유권자들은 탄핵 반대와 대선 승리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주말인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찬반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우리는 광화문에서 함께였고 여의도에서 하나였다"는 대동단결론과 "탄핵 찬성파는 대선 경선에 나와선 안 된다"는 탄핵책임론이 격돌했다. 6일, 윤석열 전 대통령도 헌재 판결 후 두 번째 입장문에서 "국민변호인단 여러분, 2월 13일 저녁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러분의 첫 함성을 기억합니다"라고 말했다. 탄핵책임론이다.

이재명 대표는 왜 탄핵책임론이 아닌 '성장과 발전'론을 내세웠을까. '바보야, 문제는 성장과 발전이야' 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부터 이미 탄핵 너머 대선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아직도 탄핵 국면에 갇혀 있다. 진보측 한 전략통은 국민의힘이 "덫에 걸렸다" "지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고 한다(이철희 전 정무수석).

지난 대선은 0.78%p 차로 승패가 갈렸다. 이번 대선도 그럴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나.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대선 승리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