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서 만달레이까지 평소 2배 15시간 걸려…고속도로 유실돼 곳곳 위험
유치원 무너지며 어린이 십여명 숨지기도…주민들 길가 돗자리·텐트서 생활
30일 오전 5시(현지시간) 기자는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차를 타고 중부 만달레이로 향했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제2의 도시로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양곤에서 만달레이는 650㎞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 한국 교민들은 주로 비행기로 이동한다. 하지만 지진으로만달레이 공항이 폐쇄되면서 육로를 이용했다.
이번 지진을 피한 양곤을 비롯해 미얀마 남부는 큰 영향이 없어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파손된 도로들이 나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차를 몰다 보면 갈라진 도로를 피하지 못 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로등도 없다 보니 해가 없을 때는 이동하지 않겠다는 현지 기사의 말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양곤과 만달레이 중간쯤 있는 수도 네피도 인근 고속도로는 4차선 도로였지만 3개 차선은 폐쇄하고 1개 차선을 교대로 운행하는 곳들이 많았다.
주유소도 기름이 없는 곳이 많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유했다. 만달레이에 가까워질수록 문을 연 주유소보다 닫은 주유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간중간 미얀마군이 검문하며 어디에서 어디로 가며 왜 가는지를 물었다.
동행한 현지 가이드는 "내전이 계속되다 보니 이 와중에도 군에서 징병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징병이 남녀 할 것 없이 이뤄지다 보니 양곤에 사는 젊은이들은 군에 끌려갈까 봐 웬만하면 양곤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탈취했지만, 현재는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반격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
만달레이에서 남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짜우세 시에 도착하자 지진 피해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두세 집 건너 한 집이 무너졌고, 3층짜리 상가 건물도 주저앉았다.
고등학생 린텡칵뚜(17) 군은 지진 당시 이 건물 1층 자기 집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침대가 강하게 흔들려 깼고 창문 밖으로 이모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어 집 천장이 무너졌다. 린텡깍뚜 군은 몸을 웅크려 잔해 틈새로 몸을 피했고, 얼른 밖으로 빠져나오자 건물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그는 "죽을 뻔했는데 살았다. 아직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에 큰 유치원 중 하나인 브라이트 키즈 유치원도 무너졌다. 이 유치원은 어린이 70명 정도가 다니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는 어린이 가방과 교재, 신발, 놀이기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있어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주민 아웅첸미(30)씨는 "사고가 나고 동네 주민들이 모여와 구조 작업을 펼쳤는데 교사 1명과 급식 조리사 1명, 유치원생 13명이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온 동네가 혼란이라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곤에서 출발한 지 15시간 만인 오후 8시께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8시간이면 갈 거리였지만 이날은 약 2배 걸렸다.
해가 진 만달레이는 암흑이었고 고요했다. 전기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불빛은 띄엄띄엄 보였다. 간간이 다니는 자동차와 일부 문을 연 식당, 야시장만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반군 장악지역이 멀지 않아 전투기 폭격 소리가 종종 들리는 지역이라는 게 현지 주민 전언이다.
어둠 속에서 쓰러지거나 심하게 기울어진 건물들이 보였고, 주민들은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길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조성현 만달레이 한인회장은 "첫날에는 통신도 제대로 안 되고 전기도 안 들어와서 이렇게 큰일이 벌어진 줄 몰랐다"며 "다음날에야 외부와 접촉되면서 사고 규모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들은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미얀마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규모 7.7 강진이 미얀마를 강타하면서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상태다.
미얀마 군부는 29일 현재 1천64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사상자는 군부 집계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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