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이들도 상실감에 힘든 시간 보내
산불로 숨진 영덕 노부부 이야기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영덕지역이 큰 슬픔에 빠졌다.
산불 피해가 컸던 매정1리에 살던 노부부는 25일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남편(90)과 아내(87)가 잿더미가 된 집 대문 앞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돼 수색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27일엔 영덕군 매정리에서 산불감시원 A씨가 진화 활동 후 귀가하던 차량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숙연케 했다. A씨는 25일 의성 산불 현장에서 불을 끄고, 영덕 집으로 돌아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늦은 대피문자로 운명을 달리한 100세 할머니 사연도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이 할머니는 25일 오후 9시에 대피 문자를 받았는데, 간단한 옷채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어르신이 대피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영덕읍내에서 대게포장용 스티로폼 박스공장을 운영하는 권태화씨는 25일 지품면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에 대응할 틈도 없이 1시간 만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30년 사업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는데, 권씨 업종은 특성상 화재보험 가입이 안 돼 보상받을 길도 없다.
권씨는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했다.

송이채취 농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영덕은 국내 송이 채취량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송이 산지다. 이번 불로 영덕에서만 7천819㏊에 이르는 산이 사라졌는데, 이 가운데 4천137㏊가 송이산이다.
특히, 국사봉 자락 지품면 삼화2리에서 송이채취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데, 이 지역 산불 피해가 심각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창궐할 때도 견뎌낸 지역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지난해 1만2천178㎏의 생산 송이 가운데 그 중 60% 이상이 국사봉에서 채취됐다.
오도흥(64)씨는 "소나무가 다 타버려 앞으로 송이채취를 주업으로 사는 이 지역 40여 가구 주민들의 삶이 막막해졌다"고 했다.
산불은 주민들의 재산뿐만 아니라 영덕군 경제마저 앗아갔다.
영덕군 대표 재래장터인 영덕시장의 경우, 29일은 손님이 가장 많은 토요일인데다 5일마다 찾아오는 장날까지 겹쳤지만 매출은 평소보다 70%이상 줄었다.
이곳에서 대게식당을 운영하는 임구곤 씨는 "예약된 손님 20명이 지역의 산불 상황을 의식한 듯 미안해하며 취소했다"며 "잔불 처리 등 산불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탓인지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거의 사라졌다. 언제까지 매출하락이 계속될 지 걱정된다"고 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주민들은 산불피해로 경제적 여력이 없고, 관광객들은 아예 지역을 찾지 않고 있다"며 "문을 열어 놓고는 있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현충원서 또 "예의가 없어" 발언…왜?
홍준표, '개헌' 시사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제7공화국, 탄핵정국 끝나면 국가 대개조 나서야"
박찬대 "한덕수, 4월 1일까지 마은혁 임명 안 하면 중대 결심"
尹 선고 지연에 다급해진 거야…위헌적 입법으로 헌재 압박
'위헌소지'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 법사위 소위 통과…문형배·이미선 임기 연장되나(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