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곡동 침수, 수문 사실상 폐쇄 상태였다…"관리주체 이원화 등 총체적 인재"(종합)

입력 2025-08-04 17:15:44 수정 2025-08-04 17:18:28

대구시,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직관로 수문 100% 개방 지침이나 수문 고장으로 3.18%만 개방
조사단 "결정적 원인은 대구시-북구청 관리 주체 이원화"
고지배수로 침사지 수문 운영 매뉴얼도 문제
市 "관리주체 일원화 내년 우기 전까지 조치"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 안승섭 단장이 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곡동 침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 안승섭 단장이 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곡동 침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지난달 17일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 사고 피해를 키운 결정적 원인은 마을을 관통하는 직관로 수문 고장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수문은 거의 폐쇄 상태로, 3%가량만 열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수·보강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배수시설 관리 주체 이원화로 혼선을 빚는 등 총체적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직관로 수문 거의 폐쇄 상태"

4일 대구시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단을 통해 지난 2주간 진행한 노곡동 침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 안승섭 단장은 이날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장 점검을 비롯해 사고 발생 첫날 오후부터 자료 분석, 기술 검토, 직관로 내부와 방재시설 전반에 대한 현장조사, 상황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거쳤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의 첫 번째 핵심 원인으로 직관로 수문 고장을 지목했다. 대구시가 관리하는 직관로 수문은 평상시와 강우 초기에 마을 빗물을 금호강으로 직배수할 수 있도록 100% 개방돼 있어야 하지만, 당시 수문 고장에 따른 임시 조치로 3.18%(전체 수문 높이 2.5m 중 7.95㎝)만 열려 있어 배수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관로 수문은 지난 3월에 고장이 났으나 수리가 지체되면서 강봉으로 임시 고정된 상태에서 점차 내려가다가 지난달 11일 거의 폐쇄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개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원인으로 배수펌프에 유입되는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골라내는 기기인 제진기가 막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관로로 배수돼야 할 물이 수문 고장으로 일시에 제진기 입구로 유입돼 정상 작동을 방해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즉각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고지대에 터널 형태로 만들어진 고지배수로 입구의 침사지 수문이 닫혀 있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이는 침사지 수문 운영 매뉴얼상 문제로, 관할 기관인 북구청이 침사지 수문 개폐 기준을 금호강 수위 조건(21m)에 두면서 고지배수로 본래의 기능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관로 수문 외에도 게이트펌프(수문에 달린 펌프) 1개가 지난해 3월 고장으로 지난달 2일 철거되는 등 주요 시설물의 고장 시 보수·보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사고 원인으로 분석됐다.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 안승섭 단장이 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곡동 침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 안승섭 단장이 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곡동 침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배수펌프장 위치도. 대구시 제공.
배수펌프장 위치도. 대구시 제공.

◆대구시-북구청 관리주체 일원화 시급

노곡동 침수 사고가 총체적 인재로 드러난 가운데 대구시와 북구청의 관리주체 이원화가 이번 사고 피해를 키운 또 다른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빗물 펌프장과 고지배수로 등 노곡동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대구 북구청으로 이원화된 탓에 운영 관리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사단이 노곡동과 유사한 고지배수로와 펌프장을 운영 중인 전국 39개 고지배수로 시설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전국 37개 시설은 모두 기초자치단체로 관리를 일원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단은 향후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 시설물 긴급안전 점검 ▷산불 지역 등의 부유물 대량 유입 차단시설 설치 ▷현재 1명이 근무하는 펌프장 운영체계 개선 등을 단기 대책으로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침사지 우수 흐름 개선 대책 수립 ▷배수시설 운영관리 체계 일원화 ▷ 방재시설 통합관제시스템 체계화 등을 제안했다.

대구시는 배수시설 관리 매뉴얼을 정비하는 한편 내년 우기 이전까지 배수시설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노곡동에서는 시간당 최대 48.5㎜의 비가 내리면서 오후 2시 17분쯤 침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업장 20곳, 주택 4채, 자동차 40대, 이륜차 1대가 피해를 입었고, 주민 26명이 구조 당국 구명보트 등을 이용해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