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갑·나현철·이지영 개인전
4월 한 달 간 열흘씩 릴레이 전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올해, 방천시장 내 예술상회 토마(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 10)에서 4월 한 달 간 릴레이 사진 전시가 펼쳐진다. 노시갑, 나현철, 이지영 작가가 열흘씩 각자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꺼내보인다.
◆노시갑 사진전 '잡초'(4월 1~10일)
보도블록 사이, 담벼락 아래 겨우 고개를 내밀어보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심지어 발에 쉽게 채이는 것이 잡초의 일생이건만, 노시갑 작가의 작품 속 잡초는 마치 인물의 초상처럼 고귀하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대학 때부터 사진 작업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던 그는 경북대학교 농생명대학 교수 퇴임 후 본격적으로 필름 사진에 돌입했다. 밤 풍경을 주제로 작업해오던 어느 날 우연히 이름 모를 잡초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식물이나 잡초를 그냥 촬영하는 사진가들은 많았기에, 그는 독창성을 찾고자 잡초를 뽑아와 깨끗이 씻어 포토그램 기법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포토그램 기법은 인화지 위에 물체를 올린 뒤 빛을 비추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쓰지 않는 것인데, 세부 표현력은 부족해도 특유의 분위기를 갖는다.
작가는 "암실에서 더듬거리며 작업해야 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묵화처럼 줄기나 잎의 투명도에 따라 수묵화 같은 선이 드러나는 것이 무척 좋았다. 화상의 깊이감이나 조형성이 네거티브 사진과는 달라서 작업하면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각 종류의 잡초가 9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간 눈여겨보지 않았던, 불필요한 식물로 인식돼온 잡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떡잎이 벌어지고 첫 잎이 올라왔을 때의 '환삼덩굴'이 사람이 즐겁게 춤추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거나, 살갈퀴의 뿌리에 보이는 검은 점에 비료 없이도 잘 자라게 하는 질소 합성 능력이 있다는 각각의 얘기도 재미를 더한다.
"꽃마리, 꽃다지 등 잡초들도 예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하찮게 흘려 보는 주위의 아름다운 숨은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전시가 됐으면 합니다."



◆나현철 사진전 'Tools'(4월 11~20일)
인간의 진화는 도구의 진화와 함께 해왔다. 나현철 작가는 인간의 삶에서 원초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도구들 중에서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공구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공구에 대한 그의 관심은 10년 간의 독일 유학생활로부터 나왔다. 다큐, 정물 등이 작품의 소재가 돼왔으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
그가 찾아낸 새로운 표현 방식은 바로 기존의 형태를 없애는 것이었다. 형태를 파괴하자, 회화적인 부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는 노트북이나 컴퓨터, 휴대전화 등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분해해 찍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유학생활을 하며 접한 대형 철물점과 건설자재점, 대기업의 공구 제품들도 그의 작업세계를 형성하는 데 한 몫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공구의 외면 일부, 혹은 공구를 사용한 흔적을 담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특히 대표적인 공구 회사들이 가진 브랜드 색채를 샘플링해 원색의 이미지를 만들어 함께 전시한다. 회사들이 무채색의 작업 현장에서 시선을 사로잡고자 설정한 이 원색들에서는 공구의 의미가 기술에서 브랜드의 서열화, 보여주기식으로 변화한 것과 함께, 대상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공구를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도 흘러나올 예정이다. 즉 전시장이 하나의 작업 현장이 되는 셈. 작가는 "작업현장을 재현해 또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대상과 그 대상을 수용하는 공간의 모호성을 강조한다면 관람객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이러한 전시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 작가는 독일 폴크방예술대학교에서 사진과 응용미술을 전공했으며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2014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됐고 대구미술관, 대만 국립동화대학교, 일본 기요사토포토아트뮤지엄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지영 사진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4월 21~30일)
"모든 것은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림자마저도 조형적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것, 관심 밖의 어떤 대상들을 클로즈업해 그것이 가진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려 했죠."
누군가는 이지영 작가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는 "그게 뭐 예뻐서 찍냐"고 했다. 그가 찍는 대상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과 공간, 건축물, 풍경, 식물 등이다. 예사로 지나치는 것들에 그는 관심을 갖고, 아름다움을 찾아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작가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서양화과 재학 시절, 사진동아리 '효사회'에 가입해 그림과 사진을 병행해왔다. 그는 "김종복 교수님, 학우들과는 야외에서 그림 수업을 하고 사진 동아리에서는 김일창, 강위원 교수님과 출사를 다니며 재미 있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며 "당시 김종복 교수님으로부터 화려한 색채와 구도를 배운 것이 사진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의 창작 활동은 '색으로 보이는 공간', '이미지와 소리', '밤에 이뤄지는 촬영'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전개돼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와 꽃, 돌, 풍경 등 자연을 주제로 한 2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각 작품은 작가가 시각적으로 탐구한 대상을 독특한 관점에서 포착하며,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존재의 가치를 드러낸다.
작가는 "내 작업을 유발시키는 주된 유혹거리는 비의도적 공간에의 끌림이나 시각과 청각의 결합으로 승화된 이미지, 빛의 한계에 대한 도전 등이다"라며 "수많은 창조적인 유혹이 나를 꾀어내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대구가톨릭대 졸업 이후 독일 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에서 미디어아트 석·박사 과정을 밟았으며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대구가톨릭대에서 사진·미디어 강의를 18년간 이어왔다. 2004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2021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중견작가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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