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을 만나다] 국내 1위 와인 수입·유통 '나라셀라' 마승철 회장 "와인은 문화다"

입력 2025-03-27 06:30:00

마 회장, 국내 대기업 주류 업체 입사·해외 주류 업체서 CFO로 재직…주류 유통에 해박한 전문가
국내 1천만병 판매 돌파한 '몬테스' 등 해외 우수 와이너리 제품 수입해 국내서 성공적으로 선보여
2023년 국내 와인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 성공…K푸드에 어울리는 새로운 맛 '안동소주' 개발 포부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와인은 문화' 라고 강조한다. 이무성 객원기자

마승철(65) 회장은 국내 와인 수입·유통 업체인 나라셀라(주)를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주류 회사를 거쳐 해외 유명 위스키 업체 간부까지 역임한 그는 퇴직 후 물류센터업을 거쳐 고급 와인 수입 업체로 이름난 나라셀라를 2015년 인수했다. 2023년에는 국내 와인 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회사를 등록시키며 일약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와인은 문화'라고 강조하는 마 회장은 K푸드에 어울리는 새로운 '안동소주'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 '나라셀라(Nara Cella) 경영 계기는?
▶대학 졸업 후에 1984년 위스키 제조업체인 두산그룹의 '두산씨그램'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2년 두산씨그램을 인수한 국내 1위 위스키 수입업체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일하다가 퇴직하면서 내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주류 유통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주류 물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대형 물류센터를 만들어 국내외 기업에 매각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고급 와인 수입 업체로 이름난 나라셀라(1997년 창립)가 2015년에 시장에 나왔고, 나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 국내 와인시장 전망은?

▶디아지오 영국 본사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전 셰계 주류 시장을 파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소주·맥주는 물론이고 위스키 소비도 많을 때였는데, 상대적으로 와인 소비 규모는 작았습니다. 한국인 연간 1인당 0.7병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향후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 올라가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 와인 시장도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죠. 현재도 한국인 연간 1인당 와인소비는 1.6병 정도로, 더 커질 가능성이 많다고 봐요. 나라셀라 설립 후 한동안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탓에 경영 환경이 어려웠지만, 코로나19 사태 때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와인 소비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대형마트, 할인점 등에 저가 와인 보급이 늘어나면서 대중화가 된 된 이유도 있고요.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와인은 문화' 라고 강조한다. 이무성 객원기자

- 나라셀라 현황을 소개해주신다면

▶전 세계 100여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매출 1천억원을 달성했는데, 거래 업체는 국가별로 미국이 40%로 가장 많고 프랑스와 칠레가 각 20%, 이탈리아가 8% 등입니다. 나라셀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세계적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와 중점적으로 거래를 이어왔습니다. 회사 설립 당시에 프랑스, 이탈리아 와이너리는 이미 수입 업체 간 이미 경쟁이 치열한 터여서 미국 와이너리를 개척한 셈인데 주효했죠.

프랑스산 와인이 일반적으로 오래 묵혀야 맛이 좋고 생산된 해(빈티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는데 반해서, 미국산 와인은 만들어서 바로 마셔도 좋고 빈티지에 관계없이 맛이 안정돼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입한 와인은 2022년 기준으로 78%는 백화점·대형할인점·직영채널·편의점 등으로, 나머지 22%는 호텔, 레스토랑 등 음식점으로 바로 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 평소 '와인 문화' 를 강조하시는데

▶제가 처음에 두산그룹 입사했을 때예요. 동기들은 다른 대기업 가서 번듯이 일하는 것 같은데, 저는 맨날 술집에 다니면서 술만 팔고 그러니까 회사를 잘못 들어왔나, 고민이 컸죠. 그러던 어느 날 북한산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산 정상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훈훈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고 문득 깨달았어요. 저렇게 술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해주는구나 하고요.

제가 '와인 한 잔의 나비효과'를 주제로 강연할 때, 와인 한 잔 마시는 게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나비 효과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우 급하게 마시고 빨리 취하는 술 문화가 주폭 같은 사회적 비용을 높여요. 반면 서양인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기본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대체로 천천히 마시고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도 않아요. 그래서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우리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와인 한 잔 하면서 대화 나누는 분위기가 된다면 우리나라가 더 잘풀릴 것 같아요. (마 대표는 2023년 12월 '와인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며 강남구 논현동에 도운 빌딩을 건립했다.)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와인은 문화' 라고 강조한다. 이무성 객원기자

- 나라셀라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국내 와인 수입업체가 500~600여개 됩니다. 그중 연 매출 200억원 이상 액티브하게 사업을 하는 회사는 10곳 가량인데, 나라셀라는 고급 와인 분야에선 1위라고 자부합니다. 해외 좋은 와이너리를 발굴하기 위해 회사 오너인 제가 직접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을 다니며 방문해 꾸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브랜드 가치를 살리는 것입니다. 샤넬백을 편의점에 진열해서 팔 수는 없잖아요? 고급 와인은 고급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 어울립니다. 그 제품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마케팅입니다. 우리가 독점 계약해 들여온 와인 브랜드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내 최초 누적 판매 1천만병을 돌파해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칠레 와인 '몬테스'가 그런 사례이고, 최근 강남에서 유명한 와인인 '케이머스'도 그런 예입니다. (나라셀라는 2019년 대비 2022년 기준으로 연평균 23%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 와인 수입·유통 업계 1호 상장사다.

▶2023년 6월 '와인 문화 선도 기업'을 표방하면서 국내 와인 수입·유통 업계 1호로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향후 비즈니스를 키우려면 금융과 결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상장 법인이 돼서 투명 경영을 높이자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시장 환경이 워낙 안 좋습니다만, 환율만 좀 안정되고나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 새로운 '안동소주' 를 개발 중이시라고

▶한국 전통주인 안동 소주를 세계적인 술로 만들어보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품질 좋은 증류주를 K푸드와 매칭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거죠. 안동에 생산 공장을 건립 중인데, 내년 1월쯤 오픈해서 상반기 중에 제품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소주 제조 기술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원료인 안동쌀에 일본의 증류주 기술을 적용할 거고요. 우선은 25도에 안동의 향이 배어 있는, 끝 맛이 은은하게 살아 있는 그런 소주를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연말에는 프랑스 유명한 꼬냑 회사 사장이 안동에 와서는 증류 시설을 둘러보고 기술 제휴 얘기까지 하고 갔어요. 앞으로 안동을 세계적인 증류주 생산 메카로 만들어보고 싶은 포부도 있습니다.

- 최근 재경 경북대 총동창회장을 맡으셨다.

▶서울에 온 젊은 동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단합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맡게 됐습니다. 동문 간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나도 미래에 저런 선배처럼 일을 하고 싶다'는 비전을 주는 것이 총동회장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나라셀라(주)의 마승철 회장은 와인이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이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와인은 문화' 라고 강조한다. 이무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