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천재성이 비극이 된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입력 2025-03-18 10:18:40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우리가 아는 예술가들은 많지만, 그 예술가의 일생을 조명하는 영화들의 소식은 드문드문하다. 그 중 19세기 프랑스의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1864~1943)은 그녀의 다사다난하고 처절했던 생애를 조명하는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다수 있는데, 클로델의 비극적인 삶, 예술적 재능, 그리고 그 당대 여성 예술가로서 겪었던 사회적 억압과 후대에 그녀의 예술성이 재평가 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카미유 클로델의 사라졌던 조각 '성숙의 시대'가 370만유로, 우리나라 원화로 47억원에 낙찰됐다는 기사를 보고 관심이 생겨 찾아보았던 클로델의 영화는 총 두 편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작가의 대표작 중의 한 점이 15년간 잊혀졌을까라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자벨 아자니(Isabelle Adjani)가 클로델 역을 맡아 로댕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그려낸 1988년 '카미유 클로델'과 클로델이 정신병원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의 30여 년을 그려낸 '카미유 클로델 1915'(2013), 두 영화 모두 처절하고 비극적인 삶을 담았지만 차이가 있었다. 클로델의 조카손녀인 라인-마리 클로델이 쓴 원작을 바탕으로 구성된 1988년 영화는 주로 그녀의 예술적 꿈과 연인인 로댕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감정적으로 더 격렬한 반면, 2013년 영화는 클로델의 후반 생을 담담하게 그리고 그녀의 심리적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로댕에게 매료되고, 그와 함께하며 예술적 성장을 꿈꾸는 클로델의 소망이 점점 커질수록 그녀의 인생은 비극으로 쓸려갔다. 카미유 클로델은 로댕 작업에 영감을 주는 조수이자 뮤즈(Muse)가 됐지만 결국, 그녀의 조각품은 로댕의 아류작으로 평가됐고, 클로델의 재능이 자신의 명성에 영향을 줄까 두려워했던 로댕은 그녀를 세상에서 고립시켰다. 특히 '성숙의 시대'라는 작품을 비난하는 로댕과 그를 향해 울부짖는 카미유 클로델의 절규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모든 관계를 부정당하고, 예술가로서도 비난 받았던 것에 대한 분노와 고통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졌다. 클로델이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조각품을 파괴했을 때,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조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큰 고통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절망이었고, 절규였다. 그리고 2013년 개봉한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녀의 작품이 왜 15년간 버려진 아파트에서 발견됐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클로델은 자신의 작품과 천재적 재능, 그리고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 잃어버렸고, 오랫동안 묻혀있었다. 고독과 외로움의 시간들은 클로델의 인생 그 자체이며, 그것이 바로 그녀의 조각 그 자체였다. 두 편의 영화는 카미유 클로델의 일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