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이제는 안녕" 경북교육청 특별한 변화 실험

입력 2025-03-17 09:19:31 수정 2025-03-17 09:25:09

교실 속 실천 중심 예방교육으로 '학교폭력 ZERO' 실현
주먹 대신 주먹밥, 댄스 챌린지… 학생이 주도하는 문화 변화

김영희 경북교육청 학생생할과장이 학교폭력 예방교육 캐릭터 예방이, 관심이, 제로로와 함께 미소 지으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김영희 경북교육청 학생생할과장이 학교폭력 예방교육 캐릭터 예방이, 관심이, 제로로와 함께 미소 지으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올해 경북의 학교 교실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먹 대신 주먹밥'이 유행(밈·meme)처럼 퍼지고, 수업시간에는 갑자기 댄스 챌린지가 펼쳐지기도 한다. 얼핏 보면 행사 같지만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

바로 '학교폭력 제로(ZERO)'의 실현이다.

경북교육청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학교폭력 예방 정책이 교육 현장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경북지역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 응답률은 지난 2022년 1.8%에서 2023년 2.0%, 지난해 2.2%로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교실 안에서부터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경북교육청은 말보다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을 고심했고, 올해 예방정책의 핵심을 '수업 중심 예방 교육'으로 정했다.

이러한 방식은 교과와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교실에 들어오고 학생들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와 존중을 익히게 되도록 구성됐다. 지루한 이론 수업이 아닌 친구와 함께 몸으로 부딪히고 토론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태도를 조금씩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만드는 '학교문화 책임 규약'은 경북의 학교 풍경을 바꿀 예정이다. '학교폭력은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을 함께 고민하고, 손도장을 찍는 선포식은 그 자체로 교육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교육 정책을 뒷받침하는 숨은 조력자도 있다. 그 주인공은 '학교폭력 예방 지원단(이하 학예단)'이다.

학예단은 예방 수업자료를 만들고, 컨설팅도 해주고, 사안 처리까지 돕는 경북교육청 내 숨은 공신이다. 또 일선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달려가 주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도 하게 된다.

경북지역 학교에서 추진되는 학교폭력 예방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북교육청 학생생활과 생활교육팀이 학교폭력 예방교육 캐릭터 예방이, 관심이, 제로로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지역 학교에서 추진되는 학교폭력 예방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북교육청 학생생활과 생활교육팀이 학교폭력 예방교육 캐릭터 예방이, 관심이, 제로로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다음 달부터 시작될 학교폭력 ZERO 챌린지도 관심이 뜨겁다. 이번 챌린지는 개그콘서트 팀과 협력해 제작한 학교폭력·성폭력·도박 예방 숏폼 영상을 참가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교실 수업과 연계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오는 5월 중 하루를 선택해 점심때 주먹밥을 배식하는 '주먹 대신 주먹밥'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도 펼쳐진다.

모든 캠페인에는 경북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자체 제작한 캐릭터(관심이, 예방이, 제로로) 탈인형을 학교 현장에 투입해 예방교육에 대한 거부감도 낮출 예정이다.

경북교육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학교폭력 예방중점학교·언어폭력 예방학교·자율동아리를 공모로 선정해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학생 자율동아리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예방 콘텐츠를 만들고, 교사들은 학습공동체 중심으로 수업자료를 개발하며 현장에 적용한다.

오는 9월에는 학교폭력 예방 성과를 한자리에 모아보는 '성과공유회'도 열린다. 해당 행사는 학생 발표회, 체험 부스, 공모 우수 사례 전시 등 학교폭력 예방이 하나의 축제가 될 예정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교폭력 예방은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교육공동체 모두가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학교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현장을 중심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