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이종철] 예외 없는 역사의 시간

입력 2025-03-20 14:21:46 수정 2025-03-20 19:13:19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은 우리 국민들을 깊은 자괴감으로 몰아넣고 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민주 정치를 명실공히 세계가 따르고자 하는 높은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여당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국회로 보낸 대통령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각종 토착비리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당 대표를 비호하고, 기어이 대통령을 만들고자 온몸을 던지고 있다. 전형적인 후진국의 정당과 정치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다.

정당은 권력이 집중된 곳이다. 국민의 삶을 위해 온당하게 쓰여야 할 권력의 정점에 있는 집단이다. 보통 국민은 갖지 못한, 상상도 하기 어려운 그 귀한 권력이, 과연 무엇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가. 상식과 정의가 자연스러운 세상이어야 하는데 모두가 비정상이 되어 버린 듯한, 거꾸로만 가는 세상! 후진적인 정당과 정치 현실 앞에서 상식과 정의를 위해 매일같이 온몸으로 살고 있는 국민들은 그저 탄식뿐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 대한민국의 개탄스러운 현실, 이 시대의 암울함을 우리는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권한이라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중요한 권한일수록 그만큼 그 여파도 큰 것이다. 따라서 권한이 행사될 때는 그 여파를 감안해도 충분히 필요한 경우여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의회가 탄핵소추권을 이용해 권력 감시의 권한 행사를 할 수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하에서 이루어진 탄핵소추권 남발이 정상적인 민주주의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대부분이 정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이 대표 수사 검사들을 탄핵한 것은 '사법 방해'에 준하는 행태다. 탄핵소추권이 범죄자를 보호하고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민주당의 '줄탄핵'은 '줄기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나치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었지만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통해 여실히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중요 공직자의 직무는 정지되어 업무 공백이 생기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었다. 민주당은 책임 의식이란 게 없다. 줄탄핵이 줄기각으로 나오고 있지만 국민에게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야당의 행태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역시 어불성설이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안다면, 대통령은 반성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에는 '이재명 민주당'의 행태에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통령은 진정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을 딛고 강을 건널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줄 수 있을까.

나라를 정상으로 만들자면 비정상의 진원(震源)인 '이재명 민주당'을 중단시켜야 한다. 의회 권력을 독점한 것으로 이렇게 나라를 파탄으로 몰고 간 그들이 대통령의 권력까지 갖는다면 과연 어떤 대한민국이 펼쳐질까?

지금 국민들의 지지는 정권교체 여론이 크게 앞서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민의힘이 승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보수 결집을 믿고 이 여세로만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한다. 이미 확정적이라 할 '이재명 후보'의 흠결이 너무나 분명하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들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광장의 울분에 기대어 후보 되기에만 골몰하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의 상식과 정의에 맞추지 못하고서 결코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뒤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가져오는 것이다. 광장의 여론을 누가 더 많이 갖느냐로 후보가 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어 오는 것이고, 그리하여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불행하게도, 혼돈의 한 시대에 내몰리고 말았다. 우리는 이 시대의 강을 의연히 건너야 한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망각(忘却)한 이나 민주주의의 약점을 만용(蠻勇)한 이나 불의한 권력자들에 대해 국민의 심판이 결코 예외 없는 역사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혼용무도(昏庸無道)를 타파하고 환부작신(換腐作新)하여 참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며 나라의 부강과 민생 회복의 새 전기를 이뤄내야 하는 준엄한 명령! 그 앞에서 우리는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