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료·상업 중심지 옛말…베드타운 전락하나
삼덕동·동인동 슬럼화 우려…"후적지 개발 논의 선행돼야"
도시 쇠퇴'슬럼화 우려 목소리…洪 시장 "의료클러스터 만들 것"
대구 행정과 의료, 경제 중심지였던 중구의 도심 공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대구시청 동인청사 이전에 이어 경북대병원의 2작전사령부 이전이 본격화돼서다.
2019년 동산병원의 성서 이전에 이어 경북대병원마저 이전할 경우 대구의 5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 5곳 중 중구 소재 병원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구백화점 본점 폐업과 시청 이전에 이어 경북대병원마저 옮긴다면 중구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이전 급물살…주변 상권 타격 우려
경북대병원 이전 논의는 지난 4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군위로 옮겨가는 제2작전사령부 후적지에 경북대병원과 의대, 치대를 함께 이전해 의료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시는 지난달 대구정책연구원에 경북대병원 이전을 골자로 한 의료클러스터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했고 경북대병원도 시 방침에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자체 용역에 나서는 등 사실상 수성구 만촌동으로의 이전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경북대병원 이전이 급물살을 타자 중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구의회는 12일 소속 의원 7명 전원이 발의자로 참여해 경북대병원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병원 이전으로 세수 감소도 걱정거리다.
중구청 관계자는 "경북대병원으로부터 오는 지방세가 연 25억원으로 병원이 옮겨가게 되면 구청으로 바로 들어오는 구세 9억7천만원이 줄어들게 된다. 나머지 15억원 중 징수교부금으로 들어오는 3%까지 감안하면 세수가 10억원 정도 줄어드는 셈"이라며 "시청 후적지도 용역 결과를 기다리는 중으로 이전에 관해서는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인근 상권은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사실 여기가 병원이랑 관공서 때문에 생긴 상권 아닌가. 병원이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기본 수요가 상당한데 병원 옮기는 순간 매출 하한선이 무너질 것 같아 두렵다"며 "여기가 대구에서 가장 중심인 곳인데 갑자기 텅 비게 될 수 있다. 이곳이 죽으면 대구 시민들이 느끼는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동인청사에 병원까지 떠나면 슬럼화 불가피"
최근 중구 인구가 가파르게 늘던 중에도 동인청사 이전 등으로 비교적 개발에서 소외됐던 삼덕동과 동인동 등 동북쪽 구도심 슬럼화가 경북대병원 이전을 계기로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구 부동산업계는 삼덕동과 동인동 상권은 오랜 기간 병원과 시청 방문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적지 개발로도 대형 인프라가 빠져나간 충격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덕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이곳은 병원이나 시청을 오가는 사람에 비해 거주민이 상권 유지에 기여하는 비중이 특히 낮은 편이다. 부동산만 봐도 병원 인근 아파트 2개 단지의 경우 병원에 근무하는 젊은 인턴과 레지던트의 소형평형 수요가 많았는데 확 줄게 되면 집값에도 영향이 크다"며 "상권 성격을 감안하면 같은 규모의 다른 종합병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급속도로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구가 주요 인프라 없는 '베드타운'이 될 경우 지역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삼덕동 주민 손모씨는 "부모님이 나이 들수록 병원 갈 일이 많아질 것 같아 이사왔는데 아쉽게 됐다. 병원 옮기는 게 확정된다면 굳이 여기 살 이유도 없다"며 "병원이나 시청이 나가는 얘기는 많은데 이후에 뭐가 들어서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불안하다. 최소한 대안을 공개하고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인청사와 경북대병원 모두 후적지 활용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인청사는 2023년 10월 매각결정 이후에도 사실상 개발 논의가 멈춘 상황인 데다 경북대병원은 병원 본관인 2층 건물이 사적 제443호로 지정돼 있어 개발이 어려운 상태다.
중구의회에서는 병원 이전을 추진에 앞서 후적지 개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구의원은 "이전에 대한 사전 절차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고 이전 추진에 앞서 후적지 개발에 대한 구체적 계획 구상이 우선돼야 한다. 잘 운영되는 병원을 아무 대책 없이 옮기겠다고 하는 건 주민과 상인들 입장에서 날벼락"이라며 "아직 시청사 후적지 개발도 전무한 상황인데 대구시가 교육부 권한인 경북대병원 이전에 대해 말을 얹는 건 월권이다. 대구동산병원도 일부 달서구로 옮겨가면서 서문시장 매출이 30%가 줄었다는데 통째로 옮기는 경북대병원이 줄 타격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측은 대구시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이전 연구용역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중구청이 반발하는 이유를 알고는 있지만 경북대병원은 대구시와 대구 의료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이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대구시와 어느정도 보조를 맞춰가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인청사의 경우 2030년까지 매각 대상으로 아직 5년 이상 기한이 남았다. 최근 부진한 부동산 경기로 별다른 제안은 없는 상황이고 후적지 개발 논의도 조금 늦춰진 상황"이라며 "후적지 논의는 신청사가 들어서는 2030년 이후에야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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