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최초 시작한 '안경산업', 위탁생산→자체 브랜드 판매로 변화 중

입력 2025-03-11 17:03:57 수정 2025-03-11 19:04:17

중국 저가 공세, 국제 경기 침체에 브랜드 자체 개발 나서
자체 브랜드 판매 비중 2020년 15.7→ 2024년 20.6%로 늘어
"인력 수급, 자체 브랜드 판매 및 마케팅 관련 지원 확대돼야"

대구 지역 안경생산업체 팬텀옵티칼이 생산한 자체 브랜드
대구 지역 안경생산업체 팬텀옵티칼이 생산한 자체 브랜드 '플럼'이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안경전시회에 관련 부스를 선보이고 있다. 팬텀옵티칼 제공

대구 지역 특화산업 중 하나인 안경산업의 글로벌 트렌드가 기존 위탁생산 판매에서 자체 브랜드 판매로 변화하며 지역 업체들 또한 브랜드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경산업은 1946년 3월 대구 북구 침산동에 지어진 '국제셀룰로이드 공업사'에서 최초로 플라스틱 안경을 생산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누계 기준 전국 17개 시도의 안경테 수출액(7천297만8천달러) 가운데 63%(4천599만9천달러)가 대구 지역 수출액인 만큼 대구는 안경 산업에 특화된 도시다.

특히 최근 안경산업 구조가 변화하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안경 브랜드를 판매하는 업체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안경산업은 전통적으로 해외의 유명 안경 브랜드로부터 주문을 받아 안경을 만들고, 이를 해외에 수출하는 OEM(위탁생산) 방식으로 이뤄져 외부 시장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다 값싼 중국산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국제 경기 침체 여파까지 겹치며 입지가 점점 좁아지자 안경 생산업체들은 자구책으로 '자체 브랜드 판매'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실제로 11일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의 안광학산업 통계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대비 2024년의 위탁생산 판매 사업체 비중은 90.1→79.8%로 줄어든 반면, 자체 브랜드 판매 비중은 15.7→20.6%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장용찬 팬텀옵티칼 대표는 "요즘은 해외 유명 안경 브랜드들이 생산을 맡기지 않고 자기들이 스스로 해서 위탁생산 판매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업체 또한 15년 정도 위탁생산 판매하다 8년 전부터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브랜드 소비층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 고급 라인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말했다.

'안경'이 고부가가치 품목인 만큼 기존의 단순 제조 중심 안경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생활소비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안경의 부가가치율은 47.1%로, ▷시계 41.9% ▷의류 18.2% ▷신발 16.3% ▷가방 7.7% 등 다른 품목과 비교해봐도 높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2050년이 되면 세계 근시 인구가 전체 인류의 49.8%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미국 안과협회의 전망도 있는 만큼 미래 수요도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안경산업의 진흥을 위해선 인력 부족 및 교육 체계 미비, 위탁생산에 몰린 지원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고대우 투페이스 옵티칼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주요 국제 전시회 및 수출 상담회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마케팅 지원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한 안경생산업계 관계자는 "지역에 안경 디자인·생산·마케팅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각 분야에 1~2명 뿐이라 이직할 경우 굉장히 타격이 크고,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회사가 이러한 교육을 직접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직 위탁생산 판매에 비해 자체 브랜드 판매 관련으론 지원 방안이 부족한 상황이라 산업통상자원부나 대구시 등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관련 지원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