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사춘기라는 세계, 부모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입력 2025-03-11 06:30:00

사춘기에 몸과 마음의 변화 보이는 아이들
부모는 좋은 대화의 근육 길러 도움 줘야

사춘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춘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어른이자 부모가 된 지금, 나의 사춘기 때와 지금 우리 아이의 사춘기는 무엇이 같고 다를까요? 학교 환경으로 비교해 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같은 크기의 교실이지만 예전에는 훨씬 많은 수의 학생이 교실에서 생활했고, 에어컨은 고사하고 천장에 달린 선풍기 2대로 무더위를 났으며, 급식이 없던 시절이라 고등학생 때는 도시락을 몇 개씩 싸 들고 다녔습니다. 사회적 환경과 시대가 급변하면서 우리 때 이야기로 아이와 대화하려 하다 보면 '꼰대'라거나, '라떼(나때)는 그만!'이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입니다.

◆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율의 시선'의 표지

소설 '율의 시선'(김민서 지음)은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시선으로 청소년의 세계를 그립니다. 사춘기 청소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내적 불안, 정상과 비정상의 가치관 혼란, 무감각과 예민함, 겉모습과 속마음, 고통과 성장, 부모와 자녀, 친구 관계 등을 이야기합니다. 청소년기는 자의식이 자라고 자아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이기에 존재에 대한 혼란과 불안, 세상의 기존 가치에 대한 의심과 모순을 예민하게 포착해 내는 때임을 주인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책입니다.

주인공 율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게 됩니다. 사고 당시에 몰려든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돕기보다 타인의 불행에 거리를 두고 구경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는 율의 기억에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이후로 율은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럽게 느껴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늘 바닥(발끝)을 바라봅니다. 율에게는 타인은 이해하기 힘든 심연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진심을 내보이는 건 위험하게 생각하며 속마음과 다르게 행동합니다.

이런 율의 시선은 작가가 사춘기 시절 겪었던 감정을 많이 이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뒤돌아서면 뒷담화하고, 미묘한 힘의 논리에 따라 공부나 운동, 부모의 재력이 권력이 돼 교실의 '인싸'가 생기고, 보이는 모습과 실제 마음이 일치하지 않아서 느끼는 혼란스러움을 소설로 잘 표현했습니다.

주인공 율은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외계인이기에 각자만의 세계가 있고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각자의 별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보기로 마음먹는 과정을 북극성이라 부르는 친구의 아픔과 성장을 통해 풀어갑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미루어 짐작하며 부모로서 어떻게 자녀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너에게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의 표지

◆ 사춘기 아이의 말과 행동에 덜 상처받고 공감하는 대화법

'엄마가 아이에게 먼저 말 거는 사춘기 대화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 '너에게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조에스더 외 지음)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사춘기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아이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돌봄의 마음으로 물어봐 주고 함께 공감하고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과 2장에서는 실제 자녀와의 대화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말하면 좋은지 구체적인 대화문을 제시하며 꼼꼼하게 짚어줍니다. 3장에서는 부모나 어른의 마음 회복을 위한 내용으로, 부모가 어린 시절 받은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 자녀에게 똑같은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부모의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조언합니다.

사춘기가 되면 자아가 확장되면서 더 이상 부모의 품이 아닌 또래 친구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달라진 아이의 행동과 말을 지적하다 보면 부모가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아이는 시큰둥하게 반응합니다. 잔소리로 들릴까 봐 혹은 괜히 서로 마음만 상할까 봐 걱정된다고 해서 부모로서 꼭 해줘야 하는 말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제안하는 대화법이 '짧고 재밌게, 가끔은 진지하게'입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청소년의 특성상 훈육할 때 분위기가 경직되면 마음이 상해버려서 본질이 흐려질 수 있으니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게 메시지를 짧게 전달하라고 조언합니다. 다만 부적절한 행동이 반복될 때는 부모로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미리 정확하게 인지한 후 진지하게 말해야 합니다.

자녀와 대화하는 데 대화법을 꼭 배워야 하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습관대로 말하기보다 좋은 대화의 근육을 길러 좋은 대화를 이어갈 때 아이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내면화할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