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윤창희] 양자컴퓨팅, AI 혁신을 가속하는 보이지 않는 힘

입력 2025-03-13 12:31:44 수정 2025-03-13 18:33:29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21세기는 인공지능(AI)의 시대다. 데이터 분석, 자동화, 패턴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양자컴퓨팅이다. 기존 컴퓨터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AI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국가 경쟁력의 결정적 요소인 AI의 성능을 극대화하려면 강력한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해결하는 데 양자컴퓨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머신러닝, 최적화 문제, 빅데이터 분석 등 AI의 주요 영역에서 양자컴퓨팅은 기존 기술로는 어려운 연산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국가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다. 미국은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양자 이니셔티브(NQI)와 같은 정책을 통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구글이 발표한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 실험 결과는 양자컴퓨팅이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질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중국 역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중국 과학자들은 광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 '지우장(Jiuzhang)'이 특정 연산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양자통신과 암호 기술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팅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U는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양자컴퓨팅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및 IT 기술이 강점이지만, 안타깝게도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들이 양자 기술 연구를 시작했으나 글로벌 리더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기술적 격차가 존재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연구 지원이 아직 부족하며, 양자컴퓨팅을 전담하는 연구기관과 인재 육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2023년 6월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하며 2035년까지 선도국 대비 85% 수준의 양자과학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양자 경제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양자컴퓨팅, 양자센서, 양자통신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인재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양자컴퓨팅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스타트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와 산학 협력, 인재 양성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므로 보다 적극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이 AI 시대에 양자컴퓨팅을 통해 도약하려면 국가 차원의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연구 지원과 재정 투자를 늘리고,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여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주요 대학에서 양자컴퓨팅 관련 전공을 개설하고, 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독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미국, EU 등과 협력하여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양자컴퓨팅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해외 유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첨단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과 창업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국내 양자컴퓨팅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양자컴퓨팅은 국가 간 기술 경쟁에서 승패를 가르게 될 AI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차세대 기술이다. 한국이 AI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힘을 모아 늦지 않게 대비하고 투자한다면, 한국도 미래 산업혁명의 필수 기반이 될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