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진출 한국기업들 "예상한 시나리오…리스크 최소화", TK 업계 먹구름

입력 2025-03-04 17:12:36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된 가운데 멕시코 북부 미국 접경지대에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된 가운데 멕시코 북부 미국 접경지대에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수입하는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위기 관리 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이 대다수인 대구 지역에서는 사업 포기 사태까지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니어쇼어링(인접지로의 생산지 이전) 효과를 노리고 멕시코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투자 붐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온 기아 멕시코 법인은 3일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에 주시하면서 수정 전략 실행에 나섰다. 기아 멕시코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미국과 멕시코 정부 정책을 연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공장을 둔 기아는 지난해 차량 27만여대를 생산, 62%를 미국에 수출했다. 기아는 수요 다각화 전략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 멕시코에 진출한 법인은 400여곳(2023년 기준)이다. 이들도 현재 사업 모델과 제품, 솔루션 관점 등 미국 관세 부과 이후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멕시코 생산법인에 전자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측 법무 자문 업체는 "관세 부과 세부 품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 관세 대상인 중국산처럼 멕시코산 제품 역시 미국으로의 수입이나 통관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의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 자동차 생산 라인을 마련한 국내 완성차 기업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멕시코에 진출한 지역 기업이 늘면서 교역규모도 확대됐다. 실제 대구의 대멕시코 수출액은 37억5천만달러로 2020년(21억8천만달러 ) 대비 71.5% 급증했다. 주요 수출 품목은 차부품과 철강금속, 기계요소 등으로 중간재 및 원재료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두고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외부 요인으로 인한 충격파인 만큼 기업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비하고, 대미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1차 협력업체의 경우 미국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는 북미 사업 철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