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차별화된 학생부 만들어야"…수시 합격 학생 4인의 노하우

입력 2025-03-04 06:30:00

내신이 가장 기본 바탕…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 다해야
적성·진로 탐험하는 시간 통해 자기 주도적인 학교 생활 필요

지난달 22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난달 22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2026학년도 대입 아카데미'에서 수시 합격 학생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학입시 제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내신·수능 성적 등 획일화된 기준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학생의 다양한 역량과 특성을 고려하는 '정성(定性) 평가'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대입에서 다수의 교사가 3년간 관찰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점차 중요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뿐더러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준비 과정이 막막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2026학년도 대입 아카데미'를 통해 수시(학생부종합전형) 합격 학생 4인의 학생부 관리 전략을 살펴봤다.

◆다른 학생에겐 없는 나만의 차별점 중요

도원고 차선우 학생(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입학)
도원고 차선우 학생(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입학)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만회할 기회는 있습니다."

도원고 졸업생 차선우 양은 이번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했다. 선우 양은 고교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3학년 1학기 1등급 최고점을 도달하며 3년 동안 내신의 꾸준한 상승세를 이뤘다. 그는 내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학기 중 낮은 등급이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1학년 1학기 때 통합과학 4등급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잠시 좌절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다음 학기에 2등급으로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내신 등급 상승은 물론, 학생부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기 주도적 학생으로 기록되며 긍정적인 면을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선우 양은 학생부 내용이 대체로 비슷하기에 다른 학생들에게 없는 자신만의 차별점을 나타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본인의 진로 희망 분야에 집중하고 이 외의 영역에는 관심도가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문 영역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의 탐구활동을 진행하려고 노력했어요. 자연계열 친구들과 신약 개발 관련 토론을 진행하고 개인적으로 신약 개발의 윤리적 딜레마를 조사해서 발표하기도 했어요. 교과·진로 관련 내용들이 이미 충분하다면 이렇게 차별화된 포인트를 넣어서 입학사정관들이 주목할 만한 나만의 학생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클 방식 통해 심도 있는 탐구 진행

영진고 이주헌 학생(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입학)
영진고 이주헌 학생(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입학)

영진고 졸업생 이주헌 군은 우수한 내신 성적과 탄탄한 학생부 관리로 특목고 학생들이 주로 합격하는 중앙대 학생부종합전형인 CAU탐구형인재전형에서 합격증을 따냈다.

주헌 군은 교과·진로 관련 탐구활동에 주로 '사이클(CYCLE) 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사이클 방식은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통해 '탐구 동기'를 가지고 '1차 탐구'를 진행, '호기심'을 바탕으로 '2차 탐구'로 심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의 경우 교과서에 실린 캐나다 소설(동기)을 읽고 캐나다 문학 사조에 대해 공부(1차 탐구), 캐나다 문학이 다른 영미권 국가들에 비해 느린 문학 사조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호기심)하고 현지 대학 문학 전공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유(2차 탐구)를 물어보는 식으로 탐구활동을 진행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탐구 방식을 활용하는 게 전공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과목을 사이클 방식으로 탐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과목 간, 학년 간 다양한 탐구활동을 사이클 방식으로 연계하는 형태로 확장하기도 했어요."

주헌 군은 내신과 수능 준비를 하기에도 빠듯하지 않냐는 질문에 공부 외 여가 시간을 학생부를 채우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관심 있는 전공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다 보니 시험 공부를 하기 싫거나 여유 있는 시간에 탐구활동을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부도 충실히 하면서 탐구활동도 열정적으로 진행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전공 의지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선택

동문고 이수민 학생(서울대 건축학과 입학)
동문고 이수민 학생(서울대 건축학과 입학)

동문고 졸업생 이수민 양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포함한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수시 6개 원서 모두 최초 합격했다. 수민 양은 자신만의 흐름이 있는 독창적인 학생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팁을 전수했다.

"3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할 수 있는 걸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건축 관련 동아리를 직접 개설해 커리큘럼 만들기도 하고 전교학생회 임원으로서 기존에 열리지 않던 교내 학술제를 개최하기도 했죠."

수민 양은 전공·진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1학년 초반 의대를 위한 학생부를 준비하다가 중간에 건축학과로 진로가 바뀌면서다. 건축학과에서는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의 학생부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2학년부터 교과 과목 선택에서 의대 주요 과목인 생물학을 배제했다. 의대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건축학과 진학에 대한 의지를 어필하려고 노력한 셈이다.

수민 양은 해당 학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 즉 '당위성(當爲性)'을 가장 강조했다. 당위성이 확립되면 내신, 수능, 학생부, 면접 등 입시의 전 과정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학교생활을 자기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해당 학과를 왜 지원하고 싶은지 당위성이 충분하다면 학교 생활도 충분히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빠듯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적성을 찾는 시간을 꼭 가지시길 바라요."

◆실패와 극복 통해 다양한 역량 드러내

대륜고 김우현 학생(서울대 의예과 입학)
대륜고 김우현 학생(서울대 의예과 입학)

대륜고 졸업생 김우현 군은 처음부터 의사라는 꿈을 갖고 학교생활을 설계, 서울대를 포함한 5개 의예과에 최초 합격했다. 우현 군은 학교·학년·과목마다 시험 유형이 다르므로 '출제 경향성'을 미리 파악하면 공부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현 군이 학교생활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수업'과 '질문'이었다. 학교 시험 출제는 수업 시간을 바탕으로 선생님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사교육보다는 최대한 수업에 충실하려고 했다. 수업 시간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능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

"질문하는 과정에서 총 세 번의 공부가 된다고 생각해요. 질문할 내용을 찾고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공부가 되고, 선생님께 질문하고 답변받는 과정에서, 답변을 친구와 공유하거나 스스로 복습하는 과정에서도 공부가 됩니다."

우현 군은 실패를 통해 극복한 과정이 자신을 잘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 중 하나가 '끈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내 탐구활동을 진행한 후에 한계나 오류가 없었는지 항상 검토하고 더 높은 수준의 방식으로 보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실패와 극복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량을 한 번에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패했다는 자체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창의성, 도전 정신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또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봤다는 점은 스스로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사고방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