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제이에스 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진료실 창밖 앙상한 플라타너스 가지 위로 까치들이 바쁘게 오가며 봄을 재촉한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마지막 예방접종을,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영유아 검진을 받으며 부모들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을 걱정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과 불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끼거나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은 아이들이 부모나 주요 양육자로부터 떨어지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현상이다.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분리불안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분리불안은 생후 6~8개월경부터 나타나 아이들이 낯가림을 하게 되고, 생후 12~18개월 사이에 가장 심하다가 이후 점차 감소하며, 3~4세경에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완화되는데,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6세 이후에도 부모와 떨어질 때 과도한 불안이 지속될 경우 병적인 분리불안을 의심하게 된다.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부모와 떨어지면 극심한 공포 반응을 보일 수 있어서, 복통, 두통, 구토와 같은 신체적 증상이나 심하게 울거나 집착 행동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분리불안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효과적인 대처방법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점진적으로 짧게 분리하는 연습을 하면서, 몰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떠날 때 간결하고 긍정적인 인사를 하고, 부모가 없어도 안전하다는 경험을 쌓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적·생리적 반응으로 불안을 느끼게 되는데,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감정이다. 불안은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지만, 과도하면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신체는 위협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눈동자가 커지고 심장이 빨리 뛰면서 머리털이 쭈삣쭈삣해지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근육이 긴장을 하게 되어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 나타나 생존을 돕게 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미리 준비하는 장점도 있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도하게 나타나면 공황장애나 사회불안장애 등의 병적인 불안이 될 수도 있어 불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불안하면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장기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는 면역력 저하나 소화장애,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게 되므로 운동이나 취미 생활 등의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 챙김, 명상 등 장기적인 불안 관리가 필요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1938년부터 80년 이상 진행된 세계에서 가장 긴 종단 연구 중 하나인 그랜트 연구(Grant Study)에서 행복과 성공의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가 "행복의 비밀"이라는 책으로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에 의해 발간되었는데,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어떤 방어기제로 다루느냐가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억압, 부정, 투사, 퇴행과 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모든 책임을 자신의 바깥에 두어 성격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가 되지만, 승화, 유머, 이타심, 억제와 같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인간관계도 원만한 경향이 있어 스트레스와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인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사회·정치·보건·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국내에서 불안을 느끼며, 국제적으로는 경제 위기, 안보 위협, 전쟁 및 외교 문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심리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벌써 노랗게 핀 생강나무 꽃이 강한 향기를 펼치며 봄을 재촉하듯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우리의 아이들로 인해 이 나라가 더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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