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공간 된 사고현장…사고 이후 어린이 발길 뚝

입력 2025-02-25 17:50:52 수정 2025-02-25 18:17:44

지난 21일 초등생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공원 가로 공간 한 쪽에 피해 학생에 헌화할 수 있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 21일 초등생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공원 가로 공간 한 쪽에 피해 학생에 헌화할 수 있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 21일 초등생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한 달서구 한 공원 인근은 노후한 빌라촌으로, 놀 곳이 없는 아이들이 놀이터 대신 이곳 공원을 자주 찾았다. 평소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로 북적이던 공원은 사고 이후 단 한 명의 아이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은 "노후한 아파트와 빌라가 많은 곳이라 아파트 안에도 놀이터가 없어서 아이들이 주로 이 공원에서 논다"며 "아이들 학원 마치고 오면 여기서 뛰어 논다고 난리가 나는데 요 며칠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석재 볼라드가 박혀 있는 공원 입구 앞 도로의 과속방지턱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 가로 공간에는 피해 학생에 헌화할 수 있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연석 위에는 국화 꽃다발, 촛불, 케이크, 간식과 편지가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이따금 꽃을 놓고 갔고, 학원 가방을 멘 초등학생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추모공간에 간식을 가져다 두고 고개를 숙였다.

사고 이후 형과 함께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A(11) 군은 "친한 후배였는데 장난기 많고 운동도 잘 해서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듣고 매일 와서 간식을 놔두고 가고 있다"며 "(피해 학생이) 여기서 친구들이랑 저녁까지 자주 놀았다더라. 개학식 되면 한동안 학교가 추모 분위기일 것 같다"며 슬퍼했다.

주민들은 이름뿐인 스쿨존에 단속카메라와 안전펜스 설치 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둘째 아이가 피해 학생과 또래라는 조혜란(42) 씨는 "여기 이사올 때부터 주변에서 차 많이 다니는 도로이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주차금지봉을 부수고 차를 대는 경우도 많아서 이러다 누구 하나 다치겠다는 얘기가 전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조 씨는 "불법 주차 때문에 검은색 패딩 입은 아이(피해 학생)가 도로에 넘어져 있는 게 더 안 보였을 거다. 어린이보호구역인 만큼 단속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모(64) 씨는 "주민들이 애들 노는 곳에 위험하니까 불법 주차 하지 말라고 큰 돌을 가져도 놓아도 다 치우고 차를 댄다"며 "유치원이나 학교 끝나면 아이들이 공원에서 술래잡기 하고 놀다가 꼭 도로 쪽으로 튀어나간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공원에 펜스를 둘러 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수사는 가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심해 진전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