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제시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5%까지 내려갔다.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지 3개월 만에 0.4%포인트(p) 낮춰잡은 것이다. 한은은 미국 신정부의 고관세 부과 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시화되고, 국내에선 정국 불안 등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외수 경기 모두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전망치 2회 연속 하향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 자료를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로 1.5%를 제시했다. 지난해 8월 2.1%에서 11월 1.9%로 낮춘 데 이은 추가 조정이다. 이번 전망치는 지난달 한은이 중간점검 차원에서 블로그 글을 통해 제시한 전망치 1.6~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중간점검 때보다 전망치를 더 낮추게 됐는데, 지난달에는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성장률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은 통상환경 변화로 인한 수출경기 악화다. 올해 부문별 증가율 전망치를 보면 한은은 민간소비를 1.4%로, 재화수출을 0.9%로 0.6%p씩 하향했다. 설비투자는 2.6%, 건설투자는 -2.8%로 각각 0.4%p, 1.5%p 내렸다.
당장 올해 1분기 정책 불확실성과 날씨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전기 대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종전 예상치(0.5%)보다 0.3%p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신제품 출시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5%→3.5%), 정부 재정 집행 등은 성장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2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금융 여건을 완화한 영향이 나타나면서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경기는 하방 압력 증대
수출은 연말로 갈수록 하방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상수지 규모는 당초 전망치(800억달러)를 하회하는 75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 관세정책 추진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흑자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올해 2분기 이후, 여타 국가에 대한 관세는 내년 중 부과할 것으로 가정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관세 부과 시기가 앞당겨지고 부과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1분기부터 영향을 주고, 그 밖에 주요 교역국 관세는 올해 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0.3%p 높은 1.8%로 전망된다. 통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으나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올해보다는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란 게 한은 예상이다.
성장률이 1%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점은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p 내린 배경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1.9%로 안정세를 보였다. 한은은 환율이 물가 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낮은 수요가 이를 상쇄하며 안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아울러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집행이 성장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은 성장률을 0.2%p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성장률이 1.5%에서 1.7%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이상 규모로 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1.5%보다 떨어지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공조해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 수출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수출로만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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