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중반까지 내려간 성장률… 올해 내·외수 경기 모두 어렵다

입력 2025-02-25 18:08:11 수정 2025-02-25 20:49:22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5%까지 내려갔다.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지 3개월 만에 0.4%포인트(p) 낮춰잡은 것이다. 한은은 미국 신정부의 고관세 부과 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시화되고, 국내에선 정국 불안 등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외수 경기 모두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전망치 2회 연속 하향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 자료를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로 1.5%를 제시했다. 지난해 8월 2.1%에서 11월 1.9%로 낮춘 데 이은 추가 조정이다. 이번 전망치는 지난달 한은이 중간점검 차원에서 블로그 글을 통해 제시한 전망치 1.6~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중간점검 때보다 전망치를 더 낮추게 됐는데, 지난달에는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성장률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은 통상환경 변화로 인한 수출경기 악화다. 올해 부문별 증가율 전망치를 보면 한은은 민간소비를 1.4%로, 재화수출을 0.9%로 0.6%p씩 하향했다. 설비투자는 2.6%, 건설투자는 -2.8%로 각각 0.4%p, 1.5%p 내렸다.

당장 올해 1분기 정책 불확실성과 날씨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전기 대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종전 예상치(0.5%)보다 0.3%p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신제품 출시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5%→3.5%), 정부 재정 집행 등은 성장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2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금융 여건을 완화한 영향이 나타나면서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경기는 하방 압력 증대

수출은 연말로 갈수록 하방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상수지 규모는 당초 전망치(800억달러)를 하회하는 75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 관세정책 추진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흑자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올해 2분기 이후, 여타 국가에 대한 관세는 내년 중 부과할 것으로 가정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관세 부과 시기가 앞당겨지고 부과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1분기부터 영향을 주고, 그 밖에 주요 교역국 관세는 올해 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0.3%p 높은 1.8%로 전망된다. 통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으나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올해보다는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란 게 한은 예상이다.

성장률이 1%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점은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p 내린 배경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1.9%로 안정세를 보였다. 한은은 환율이 물가 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낮은 수요가 이를 상쇄하며 안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아울러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집행이 성장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은 성장률을 0.2%p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성장률이 1.5%에서 1.7%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이상 규모로 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1.5%보다 떨어지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공조해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 수출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수출로만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