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경영권 분쟁…중소기업이 더 취약[상법 개정 논란]

입력 2025-02-24 17:33:40 수정 2025-02-24 20:57:31

경영권 공격 소송 남발 우려
"탄탄한 기술력 갖춘 기업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대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제공
대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 및 효율성 저하, 해외 투기자본의 위협, 소송 남발 등 부작용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사례가 늘어날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근 국내 상장사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 공시는 지난 315건(87곳)으로 전년(266건·93곳) 대비 18.4%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규모를 보면 중소기업의 비중이 6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견기업(25.3%), 대기업(6.9%)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분쟁에 노출되는 비중이 낮았다.

경영권 분쟁을 겪은 상장사는 대체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의 우호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작년 기준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26.1%로 이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제시한 평균(39.6%)을 밑돌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최대주주 우호지분이 점차 하락하고 있어 해외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최대 60%의 상속세를 주식을 팔아 납부할 경우 2세대 최대주주 지분율은 1세대 최대주주의 40%가 되고, 3세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6%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대한상의 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12년간(2012~2023년) 국내 2천407개 상장사 중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자사주 제외)이 늘어난 기업은 886곳(36.8%)에 그친 반면 줄어든 기업은 1천388곳(57.7%)에 달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제공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제공

지역 산업계 역시 상법 개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 경영권 공격이 활성화 될 경우 기업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 제조사 관계자는 "주주가 몇 안 된다면 크게 걱정할 게 없겠지만,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 공개(IPO)를 하고 상장을 추진한 기업은 너무 취약한 상황"이라며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이 사라지면 시민들의 소중한 일자리는 물론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자산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