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쉴 새 없이 날 욕해"…故오요안나 일기장 공개

입력 2025-02-19 07:31:26

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고(故) 오요안나. SNS 캡처.
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고(故) 오요안나. SNS 캡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지난 18일 채널A는 오요안나의 일기장을 단독 공개했다. 공개된 일기장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2023년 2월 "선배들이 나의 잘못을 샅샅이 모아 윗선에 제출했고, 단체 카톡방에서 쉴 새 없이 날 욕했다", "당신들이 나를 아니라고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배우거나 연습하기보단 회피하며 술이나 마셨다"라고 적었다.

해당 일기 작성 이틀 전, 오요안나는 재계약 논의를 하려 만난 MBC 관계자에게 선배들과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요안나는 "제가 너무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는데 제대로 사과드리지 않아서 계속 사과를 하는 도중에 뭔가 마찰이 많았다"면서 "제가 뭔가 나쁘게 생각될 만한 짓을 했는데 이제 겸손하지 못하게 해서 뭔가 더 화나시고 더 그런 상태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화 상대인 MBC 관계자는 오요안나에게 "내부적으로 잘 풀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관련 MBC 한 관계자가 "선후배 간에 우리 기자들도 항상 좋은 얼굴만 볼 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 선후배 관계는 잘 푸시면 되는 거다"라고 밝힌 가운데, 유족은 이 관계자가 고인이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 MBC 관계자 4명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 오요안나는 지난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활동하던 중 지난해 9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사망 소식은 세 달 뒤인 12월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유서에는 '선배 2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유족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으로 보이는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직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서울 마포경찰서도 관련 진정을 접수하고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프리랜서였던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예비적 조사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