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혁신도시, 공공기관 잇단 이전에 '제2의 도약' 꿈꾼다

입력 2025-02-19 18:30:00

원설본부·국토안전교육원 등 대형기관 입주 '러시'
연간 수만 명 교육생 유입 '경제효과 기대'
상가공실·산학연클러스터 미분양 등 과제도 '산적'

경북 김천혁신도시 전경.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본부가 이전을 완료했고 국토안전교육원,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김천시 제공
경북 김천혁신도시 전경.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본부가 이전을 완료했고 국토안전교육원,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김천시 제공

경북 김천혁신도시가 대형 공공기관의 잇단 이전 소식에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본부(원설본부)를 비롯해 국토안전교육원,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가 들어서거나 건립이 확정되면서 혁신도시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 원설본부 이전, 원자력 산업 전초기지로 도약

국내 유일 원자로 설계 전담기관인 한국전력기술 원설본부는 지난해 말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했다.

300여명 규모의 원설본부는 원자로 개발과 설계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한국형 표준원전과 신형가압경수로,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K원전,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의 1차 계통인 원자로의 핵심 설계를 담당한다.

원설본부의 김천 본사 통합 이전은 2010년 이전계획 수립 때부터 일관되게 유지돼 온 한전기술의 방침이다. 김천혁신도시 사옥도 애초 원설본부 인원까지 고려해 건립했다.

이번 이전으로 대전(원전설계 1차측)과 김천(원전설계 2차측)으로 분리 운영되던 설계 기능이 통합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원설본부 이전은 경북도 원자력 산업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경북은 신한울 2호기 가동으로 국내 원전 생산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원전 설계(한전기술), 건설과 운영(한국수력원자력), 처분(원자력환경공단)까지 원자력 전주기 체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김천 본사로의 통합 이전으로 업무 시너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특히 원자력 산업의 전초기지인 경북에 위치함으로써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교육 특화도시로의 도약

국토안전교육원은 427억원을 투입해 2025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부지면적 1만8천202㎡, 연면적 8천783㎡ 규모에 국내 최초로 실물 크기의 실습구조물과 VR·AR 체험실을 갖추게 된다. 연간 1만2천여명의 교육생과 일반인 방문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는 180억 원을 투입해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내에 지상 3층, 총면적 2천522㎡ 규모로 건립된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교육 수요는 2023년 1천257명에서 2029년 5천824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공공조달역량개발원(옛 조달교육원), 국립종자생명교육원 등 기존 교육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교육 특화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김천혁신도시가 교육 분야에서 특화된 발전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양한 교육기관의 집적으로 혁신도시 간 상생 발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토안전교육원 조감도. 경북도 제공
국토안전교육원 조감도. 경북도 제공

◆ 경제적 파급효과

세 기관의 이전으로 연간 수만 명의 교육생과 관련 인력이 김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TX김천(구미)역과 경부고속도로 동김천IC가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강점이다.

원설본부 이전의 경우 직원 가족과 관련 기업들의 동반 이전도 예상돼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는 단순히 직원들의 이주에 그치지 않는다"며 "교육생들의 숙박, 음식, 교통, 쇼핑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체류형 교육이 많은 국토안전교육원과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의 경우, 숙박업과 요식업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도시 관계자는 "김천혁신도시를 찾는 교육생들을 위해 혁신도시 내 게스트하우스와 중소형 호텔 유치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해결해야 할 과제

혁신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상가 공실률이 높고 산학연클러스터 미분양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김천혁신도시 내 집합상가 공실률은 42.1%에 달하며, 산학연클러스터는 전체 면적의 41% 이상이 미분양 상태다.

또한 교육·문화·의료시설 부족과 교통 불편 등 정주여건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도 높다. 특히 종합병원 부재는 주민들이 꼽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도시 주민 김모(42)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병원 문제가 가장 걱정"이라며 "만약 입원이라도 해야 하는 경우 구미나 대구 등 인근 도시로 가야 해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53)씨는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도시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관련 기업과 대학 유치, 창업 지원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천시 관계자는 "대형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기업 유치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