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 1m 넘는 손수레 인도 주행 불가
지난달 경북 칠곡서 폐지 수집 노인 사망사고…야간 교통사고 우려
전문가 "야간 안전 물품 사용 계도 활동도 펼쳐야"
겨울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차량에 치어 숨지거나 다치는 야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는 폐지 수거 노인들을 대상으로 야광조끼 등 안전 물품 제공에 나섰지만,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오후 6시쯤 방문한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일대. 이날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등 추운 날씨였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폐지 수집 노인들이 도로 위에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끝차선에서 손수레를 끌던 노인을 운전자가 뒤늦게 발견하고 급격히 핸들을 꺾는 모습도 보였다. 겨울철 일찍 해가 진 탓에 감색, 검은색 등 어두운 색상의 외투를 입은 노인들은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만 65세 이상 노인 사망사고(차 대 사람)는 62건으로 대부분 이른 오전이나 야간에 발생했다. 오후 8~10시와 오전 6~8시 사망사고가 각각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전 4~6시가 8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노인의 경우 일반 차량처럼 차도를 통행하던 중 사망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유독 많았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발생한 노인 사망사고 62건 중 차도 통행 중 사고는 모두 8건이었는데, 이는 전체 차도 통행 중 사망사고(14건)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실제로 설날이었던 지난달 29일 경북 칠곡군에서는 80대 여성이 오후 11시 51분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직진하던 SUV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은 당시 편도 1차로로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의 경우 사고를 피해 인도로 올라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돼서다. 이를 어길 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지난 2020년 '대구시 재활용가능자원 수집인 안전에 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해 매년 신청을 받고 안전야광조끼와 손수레에 부착하는 반사스티커 등을 배부하고 있다. 지난 5일 경북도의회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정작 노인 상당수가 지자체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칠성시장 일대에서 만난 노인들 중 형광조끼 등 안전 물품을 착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안전물품 신청인원은 매년 1천명 수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구 폐지 수집 노인이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2천506명임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5년째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고 있다는 윤모(80) 씨는 "구청에서 안전 물품을 나눠주는지 전혀 몰랐다"며 "알더라도 물품을 받으려면 이름과 주소를 밝혀야 한다고 하니까 지금 하는 일이 자랑할 것도 아니고 괜히 꺼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교육 확대와 사후 점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래 한국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폐지 수집 노인들은 정신 장애가 있거나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많기에 물품을 배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안전 물품이 필요한 이유와 사용 방법을 보다 상세히 안내해야 한다"며 "이들이 폐지 판매를 위해 찾는 고물상에서 현장 교육을 진행하고, 안전 물품 부착 여부를 점검하는 등 계도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홍태 대구시 자원순환과 재활용팀장은 "매년 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홍보도 하고 지속적으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상반기 중 경찰과 협의해 안전사고 대비 캠페인을 진행하고 홍보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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