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에 이불 덮어놨어요"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지갑, 썰렁한 전통시장

입력 2025-02-04 18:30:00

대구 오전 최저기온 영하 7.1도… 입춘 앞두고 갑작스러운 혹한
행주 얼고, 밀가루 얼고… 추위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전통시장 상인들
기온은 내리고, 물가는 오르고, 손님은 없고… 깊어지는 한숨

4일 오전 대구 북구에 있는 칠성시장의 한 야채가게. 상인이 가판대 위 야채들이 얼까 봐 이불을 덮어놨다.윤정훈 기자
4일 오전 대구 북구에 있는 칠성시장의 한 야채가게. 상인이 가판대 위 야채들이 얼까 봐 이불을 덮어놨다.윤정훈 기자

"이거 고사리 언 거 아니죠?"

4일 오전 10시 20분쯤 찾은 대구 북구에 있는 칠성시장. 털모자, 장갑, 목도리로 중무장한 손님 두 서명이 칼바람에 걸음을 재촉할 뿐, 시장 거리는 한산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임모(77) 씨는 두터운 패딩 위에 앞치마를 두른 채 텅 빈 거리를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임씨는 "추워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겨 새벽 5시에 나왔는데 지금까지 5만원어치도 못 팔았다"며 "가판대 위 야채들이 얼까 봐 이불을 덮어놨다. 배추나 무 같은 건 아예 가판대 위에 올려놓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추위와 고물가로 인해 지역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가득한 모습이다.

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대구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1℃를 기록하는 등 대구에서도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다.

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매서운 강추위로 문을 열지 않은 노점들이 많았다. 윤정훈 기자
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매서운 강추위로 문을 열지 않은 노점들이 많았다. 윤정훈 기자

중구 서문시장에서 8년째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0) 씨는 "행주도 얼고, 요리하려고 올려놓은 밀가루 반죽도 얼어서 큰일"이라며 "날이 워낙 춥다 보니 병원이나 약국 방문 등 어쩔 수 없이 외출해서 지나다니는 손님들만 있을 뿐 평소에 비해 손님이 10분의 1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추운 날씨에 장사를 하지 않는 상인들도 많다. 이쪽 노점 라인도 20% 정도만 나오고 나머지는 다 장사를 쉬었다. 내일도 춥다고 해서 나도 장사를 쉬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떨어진 기온과 반대로 고공 상승 중인 물가는 상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배추 소매가격은 한 포기 4천835원으로, 전년 대비 52.8%, 평년 대비 41.5%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 역시 한 개에 3천65원으로, 이는 1년 전보다 99.0%, 평년보다 67.1% 오른 가격이다.

4일 오후 찾은 대구 동구에 있는 평화시장에서 23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72) 씨는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한숨을 쉬었다. 윤정훈 기자
4일 오후 찾은 대구 동구에 있는 평화시장에서 23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72) 씨는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한숨을 쉬었다. 윤정훈 기자

동구 평화시장에서 23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72) 씨는 "재작년엔 물엿 20kg를 2만7천원이면 샀었는데 요즘은 3만8천원은 내야 한다"며 "양념뿐 아니라 반찬에 자주 사용하는 배추, 무 등 가격도 전반적으로 다 오르는 바람에 지난 1월에도 가게 임대료, 직원 인건비 내고 나니까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며 "날까지 추워 내놓은 반찬이 얼어버려 고달픈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