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주형] 지방대 불씨 살리는 등록금 인상되길

입력 2025-02-12 15:36:10 수정 2025-02-12 18:28:27

이주형 교육의료법조팀장

이주형 교육의료법조팀장
이주형 교육의료법조팀장

"더 이상 못 버티겠습니다. 25학번 신입생이 두 살 때 대학 등록금과 같습니다."

2025년 새 학기를 앞두고 대구권 대학들이 줄줄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상에 대한 대학들은 항변이다.

대구권 대학들의 경우 영남대를 시작으로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등 경북대를 제외하고 사립대 대부분은 5% 전후로 등록금을 인상했다.

4년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바람에 편승해 전문대들도 등록금 인상을 준비 중이다. 등록금 인상 바람은 대구권뿐 아니라 전국 대학가에서 불었다.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은 2009년부터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기가 시작되면서 교육부 등 정부가 나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저지했다. 당시 대학 등록금은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2009년만 해도 학령인구가 많았고 살림살이도 그다지 쪼들리지 않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두 해면 끝나겠지 했던 대학 등록금 동결은 16년이나 이어졌다. 10년을 넘어서면서 '못 살겠다'는 대학들의 아우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일부를 지원해 주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으면서 막았다.

지난해부터 의대 정원 증원 때문에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하는 등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대통령의 계엄선포, 구속, 탄핵심판까지 이어지는 등 정국이 어수선해지자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인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올 초 교육부는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이번에는 먹히지 않았다.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보였던 경북대 등 거점국립대들이 정부의 요청에 결국 등록금 동결 선언을 했지만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릴레이가 이어졌다.

대구권 대학 중 가장 먼저 등록금 인상을 선언한 영남대 측은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인상한 등록금은 교육 환경 개선과 교육 서비스 향상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짜장면 가격도 지난 10년간 65% 올랐는데 16년간 대학 등록금 동결은 오히려 대학 발전을 후퇴시켰다는 게 대학들의 항변이다. 정부에서 내려준 지원금으로는 우수 강사 초빙, 최신 교육기자재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대학 유명 교수는 "자율주행차, 전기·수소차가 나오는 시대인데 아직 대학에서는 가솔린 자동차 엔진을 가지고 실습을 한다"며 "이게 16년 등록금 동결이 낳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지역 대학 한 홍보팀장은 "20년 전 대학에 취업했을 때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다. 그만큼 대학이라는 곳은 대기업 못지않은 직장이었는데 16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임금 동결로 인해 대학 구성원들의 자긍심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탓인지 이번 인상 발표에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저항은 크게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학들이 줄지어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대학생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학들이 인상된 등록금으로 그동안 인상하지 못했던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보다는 대학들이 밝힌 교육 환경 개선과 교육 서비스 향상에 투자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대학들의 위기가 극에 달하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이 지방대학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데 작은 동력으로 쓰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