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호 칼럼] 판사 1인이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

입력 2025-01-26 17:37:00

황현호(전 부장판사, 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했다. 서울지법, 헌법재판소 등의 영장 신청과 결정, 탄핵 심판 상황을 보면 지금 한국은 판사 1인이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떤 성향의 판사, 재판관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사법권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1개의 구속영장에 검경이 10일 연장하면 총 30일 만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기소하면 다시 법원은 2개월을 구속할 수 있고, 2회 연장까지 총 6개월을 구속할 수 있다.

공수처 소속 수사 담당자는 경찰일까, 검찰일까. 검사와 수사관이 모두 있으니 검찰로 봐야 하고 공수처와 중앙지검이 모두 검찰 통산 구속기간의 적용을 받아 공수처 구속분까지 넘겨받는다. 그렇다면 중앙지검은 수만 쪽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17일 체포 이후 이미 공수처가 소비한 구속기간 7일을 제외한 3일 만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 검사는 형사소송법상의 검사가 아니고 특별사법경찰관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렇게 보면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을 안 해도 10일간의 구속기간 동안 수사할 수 있다. 어쨌거나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 탄생한 공수처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사기관이 난립하여 수사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중앙지검이 23일 금요일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기각하였다. 두 번째 구속기간 연장 신청도 기각됐다. 판사 이름은 안 나오고 그냥 법원이라 발표됐다. 어떻게 보면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보도 통제 사회다. 발부한 판사는 청사에 길이 남을 판사이니 발표하는 건가. 기각한 판사는 역적이니 이름도 없는가.

그 판사의 생각은 어떤 의미일까. 내란죄가 명백하니 더 수사할 것도 없이 기소하라는 뜻인가. 아님 기존 수사의 관할권, 영장의 관할 법원, 영장의 내용이 법률에 위반되니 후속 절차를 더 하지 말라는 뜻인가. 나는 후자로 본다.

법원에도 서열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경지법, 수도권지법, 지방지법, 지방지원 등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다. 실제 판사 인사 발령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다. 그런데 공수처법상 원칙적 괄할권이 있는 중앙지법을 무시한 채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서부지법이 체포, 구속한 것을 중앙지법은 추인해 줄 수가 없다.

통상 검사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소명하여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하면 영장담당판사는 거의 발부해 준다. 그런데 중앙지법이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수사 관할, 구속영장 관할 등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사건 같으면 연장 신청을 허가하는 것이 맞다. 수사 기록만 수만 쪽이고 보완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검사는 수사를 할 수 있다. 혹자는 중앙지검에 수사권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기소권은 해당 사건 수사권을 당연히 포함한다.

공수처가 기소 의견으로 보냈다고 중앙지검이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헌재 재판관 추천을 했다고 하여 대통령 대행이 무조건 임명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소추 기관이 소추 의결 전에 결원을 장기간 보충하지 않고 있다가 소추 의결 후에 헌재 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심판관을 사후에 유리하게 지정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위법이다. 대통령이 위법한 추천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무원 주사급 면피성 결정을 했다고 본다.

어쨌든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전격적으로 불허함으로써, 검찰이 윤 대통령의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에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을 존중하여 대통령을 구속 기간 만료 전에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보완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 또 구속기소할 것인지 아니면 불기소 처분할 것인가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첫 번째 안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두 번째 안은 너무 위험성이 크다. 기소 후 수사 관할권, 체포, 구속 절차의 위법성 등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는 세 번째 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비상계엄의 통치권성, 수사 관할 위반, 영장 발부 위반 등 불기소 사유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고 법원이 진영 논리에 따라 판결할 경우 수사 및 사법기관은 훗날 역사의 엄중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