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건축왕' 감형에…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 "절망적 판결"

입력 2025-01-24 15:13:02 수정 2025-01-24 15:38:51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벌인 일당, '감형 판결' 대법원에서 확정
대구 피해자들 "우리 지역도 재판 중…사법부, 법치와 정의 보여줘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남모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남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도 무죄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인천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에 대한 형량이 확정된 가운데,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24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임에도 대폭 감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는데,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고 비판했다.

전날 대법원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일명 '건축왕' 일당에 대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남모(63) 씨는 징역 7년, 함께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들은 무죄나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됐다.

앞선 1심에서는 남씨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여원의 추징을 명령, 공범들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남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무죄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씨가 자신의 재정 악화를 예상했을 것으로 보이는 2022년 1월 이후 받은 보증금만 사기죄로 인정했고, 공범들에 대해선 이들이 남씨의 재정 상황을 알 수 있었던 2022년 5월 이후 건만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을 넘어 사회적 참사가 됐다.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가 속출했고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희생자들이 이어졌다"며 "피해구제의 '회복적 정의'도 국가가 외면하고 방치해 실현되지 않았고, 가해자 엄벌이라는 '응보적 정의'도 사법부에 의해 기각당했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라며 "오늘의 판결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법부는 '가해자 엄벌'을 통해 대한민국 법치와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