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유진] 신진작가의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2)

입력 2025-01-21 14:06:34 수정 2025-01-21 17:53:09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신진 예술가들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예술 후원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미술계 신진작가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열성적인 팬이 되어 그들의 작품을 구매하고,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것, 즉 컬렉팅을 하는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요즘의 달라진 아트 컬렉팅의 분위기가 미술계 전반과 신진작가들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품 컬렉터들의 공통점은 대단한 재력가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던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그러했고, 아버지 벤자민 구겐하임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과 지난 몇 해 동안 화제였던 이건희 컬렉션, 간송 전형필 등 알려진 유명 컬렉터들은 모두 부호(富豪)이다. 그래서인지 미술품 구매는 소위 돈 많은 부자들의 전유물,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 미술 시장이 주목하는 이들은 새로이 등장한 직장인, 젊은 MZ컬렉터들이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컬렉팅을 선호하는 차세대 컬렉터들은 새롭고 유니크한 신진작가들에 주목한다.

이들의 컬렉팅에 신진작가들의 작품 비중이 높은 것은 나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컬렉션을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소장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트테크의 관점에서 신진작가의 작품이 중견, 원로 작가들보다 더 급격히 가치가 오르기 쉽다는 것도 그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컬렉터들을 중심으로 젊은 작가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아트 페어에서는 신진작가들을 내세우고 강조하는 추세를 보였다. 프리즈 서울은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 섹션을 마련해 아시아 지역의 전망 있는 신진작가를 소개했고, 키아프에서는 '키아프 하이라이트(Kiaf HIGHLIGHTS)'를 통해 10명의 신진작가를 조명했다. 2021년 '더 프리뷰 한남'으로 시작한 신한카드 주최의 아트페어는 2022년부터 MZ세대 핫플의 중심지인 성수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더 프리뷰 성수'를 이어오며 신진 갤러리와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새로운 성향의 컬렉터들의 유입으로 미술시장에서 신진작가들의 파이가 커진 것이다.

신진작가의 작품을 향유하고 소장하는 차세대 컬렉터들은 미술 생태계의 선순환 효과를 일으켜 큰 성장을 이끌었다. 진심 어린 애정을 기반으로 작가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쳐 보이고, 실질적인 후원이 지속되는, 건강한 미술 생태계로 한 걸음 다가선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한편에선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존재하지만, 주요 소비층의 확장으로 더욱 활성화되고 탄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