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2000년대 세 번째 보수 대통령이 된 그도 결국 감옥으로 갔다.
'보수 궤멸의 선봉장'으로 윤석열 검사를 흐뭇하게 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윤 검사를 검찰총장에까지 앉혔다. 문 전 대통령이 "우리 윤 총장님!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해 주이소!~"라고 너스레를 떨 때, 정작 속으로는 '충견(忠犬)' 따위를 상상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그들은 "배신의 칼을 품었다"고 했으니까. 사냥개가 주인을 문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으니까.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황태자'였던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밀어붙였다.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은 각종 치졸한 방식으로 내리눌렀지만 결국 굴복했다. 국민의 저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멈추지 않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국민들이 혹은 보수가 혹한 것은 무엇인가? 보수가 윤 전 총장을 수용하고 추앙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진정으로 '정의와 공정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발끈하며,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일관할 때 윤 전 총장은 타협하지 않았다. 작든 크든, 진보든 보수든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진보 보수를 떠나 우리 사회를 더 깨끗한 사회로 진정 '진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보수는 '윤석열'을 받아들였고 윤석열을 위해 뛰었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국민들도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검찰총장은 '몰카'의 덫에 걸려 버린 영부인의 명품 백 수수 사건과 관련, 사과를 거부했다. "몰카는 범죄라고!" 신경질을 냈지만, 국민들은 '윤석열은 다르다'는 것을 보고 싶은 거지 여사가 포커스가 아니었다. 국민의 기대가 버려진 자리에 민주당의 얼토당토않은 공세가 먹히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옳다고 생각하면 어떤 위기와 고난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타고난 기질이 있었다. 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 머리로 되는 것도 아니다. 기질이고 성격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이게 있었고, 이걸 매사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견지했다. 인생을 걸고 걸은 덕분일까. 결국 때를 만나 본인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통령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식이 '나만이 옳다'가 되는 순간 '독재적 기질'로 변질한다. 결국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이 더 철저해야 했다. 민주주의 지도자라면, 하물며 정의에 대한 정념이 깊다 한들 군대를 가지고 어떻게 해 볼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1970년대식 방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다가 결국 탄핵의 운명에 이르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그 독재적 기질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해 결국 이 사달에 이르렀다.
2023년 11월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나와 관객을 끌어모을 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바로 '그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 애썼다. 영화의 흥행만큼이나 효과는 컸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오버랩했다. 역사는 이어지고 있고, '그 사람들'도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10대들도 학교에서 줄줄이 단체 관람을 갔고, 엔딩의 울분과 함께 '전두광'을 계승하고 있는 세력이 국민의힘이라는 인식에 이르렀다.
알 만한 사람들은 개탄했다. 전혀 사실과 다른 악의적 선전선동이고 억지였기 때문이다. 부인하고자 했고 실제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부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내가 전두광이요!' 하고 나설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윤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설정한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전광석화같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 것 같다. 결국 윤 대통령으로 인해 보수는 '군사쿠데타 세력'이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게 되었다.
아이러니다. 보수 궤멸의 선봉장에서 보수의 영웅으로, 종내 보수 폭망의 완결자로.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걸까. 윤 대통령은 '문재인·조국류(類)'의 '칼을 품은 배신자'일까, 아니면 그들의 '트로이 목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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