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재에 원전 르네상스 안갯속…정부, 野 요구 떠밀려 "신규 축소"

입력 2025-01-09 16:56:21 수정 2025-01-09 21:08:34

원자력학회 "세계적 추세 어긋나"
"AI·반도체 등 미래 주력산업 전력 수요 급증…전문가 검증도 생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던 정부 에너지 정책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야당 요구에 떠밀려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축소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조정안을 마련하면서다. 원자력계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산업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고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규 원전 규모 축소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가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중기벤처위에 제시한 11차 전기본 조정안은 2038년까지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 2.4GW(기가와트)를 추가로 확대하고 대형 신규원전을 3기가 아닌 2기만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하려던 11차 전기본의 국회 보고가 늦어지자 야당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신규 원전 1기를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를 추가로 늘리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학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조정안과 관련해 "세계 각국은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앞다퉈 원자력 이용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I·반도체 등 미래의 주력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 주장했다. "안정적으로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신규원전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우리 미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전력 공급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어 "에너지 정책은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과 산업 및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소중립·에너지 안보·경제성·안정적 공급 등 장기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신규원전 규모 변경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며 관련 전문가들의 검증 과정 또한 생략됐다"며 "야당의 반대로 기약 없이 미뤄지는 국회 보고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내놓은 고육지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