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기이한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대통령직에서 배제되었는데, 지지율 조사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수치도 예상과 다르다. 그러다 보니 국회 탄핵소추 직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끝났다'라는 분위기였으나 불과 2주 지난 시점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먼저 짚어 봐야 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윤석열'의 지지율이다. 탄핵소추 이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 직무평가인 반면, 탄핵소추 이후는 대통령 직무평가가 아닌 '윤석열'의 포괄적 정치적 평가다. 이러한 조사의 차이는 두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대응의 차이 때문이다.
박근혜의 경우 탄핵 과정에서 사과하고, 탄핵과 헌재의 판단을 수동적으로 기다린 반면, 윤석열은 계엄에 대한 야당의 책임과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 탄핵소추를 인정하지 않으며 헌재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박근혜는 '박근혜 대통령' 조사로 끝났지만, 윤석열은 탄핵소추 이후에도 '윤석열'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과 같은 조사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보면, 탄핵소추 이후 기이한 윤석열 조사에 대한 의문도 풀리고, 그러한 지지율을 토대로 향후 국정 혼란과 차기 대선에 대한 전망도 해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2016년 12월 2주 탄핵소추 직전 한국갤럽의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5%였다. 반면 한국갤럽의 12월 1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직전 지지율은 17%였다. 즉 똑같이 국회 탄핵소추를 당했지만,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보다 3배 이상이나 높다.
다음으로 국회 탄핵소추 후 '박근혜'와 '윤석열' 지지율인데, 앞서 지적한 대로 탄핵소추 후 소극적으로 대응한 박근혜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윤석열은 조사가 나오고 있는데, 조원씨앤아이 조사(14~16일, ARS, 2천2명)에서는 24.2%로 전주보다 4.8%포인트(p) 상승했다. 23~24일 여론공정(ARS, 1천13명)에서는 30.4%다. 25일 리서치앤리서치(25일 전화 면접 1천30명)조사에서는 24%이다. 탄핵소추 이후 윤석열 지지율 상승은 사실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럼 왜 윤석열 지지율이 상승할까? 첫 번째 이유는 2016년 박근혜 탄핵 학습효과로 '탄핵이 곧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다. 갤럽 조사(17~19일, 전화 면접, 1천 명, 선거여심위 참고)에서 이재명 불신이 51%(신뢰 41%)다. 특히 불신 강도까지 감안하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경우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 현 정치 상황은 2016년에 비해 제3지대 부재 및 당내 소수파 입지 약화 등 정치 환경으로 탄핵 찬성론이 약화되었다는 점이다.(2016년 찬성 234명, 2024년 204명) 네 번째는 윤석열 vs 이재명 대결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은 총선에서 승리하여 윤 대통령의 통치권에 균열을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극단적 정치 양극화이다. 박근혜 탄핵과 이어진 대선에서 제3지대 소멸, 문재인 임기 동안 보수 적폐 척결로 기존 보수 중도 진보의 구도가 극단적 좌우 구도로 양극화되었다. 그 결과 탄핵소추로 잠시 주춤했지만, 보수층 결집으로 윤석열 지지율이 탄핵소추 전 수순으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중심 결집 이후다. 윤석열 중심 결집으로 탄핵소추를 무효화시킬수 있을까? 그리고 차기 대선에서 이길수 있을까? 이미 지난 총선에서 30%도 채 안 되는 지지율로는 참패하지 않았던가? 그럼 윤석열 지지율이 부정 평가를 넘어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수의 혁신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그 기준이 윤석열이 아닌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보수 중심 윤석열 탄핵 결집 지지도 상승에 취해 당 혁신을 소홀히 할 우려가 앞선다. 그럼 민주당은? 이재명의 신뢰가 개선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내란 수괴'는 탄핵 사유일 수는 있어도, 대선 승리를 생각하면 문재인의 '이명박근혜' '박정희 딸'과 다를 수 있을까?
지난 대선 패배 이후 2년 반 동안 민주당도 집권 시 국가 비전이나 위기 극복 방안, 민생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연 탄핵=민주당 승리일까? 그래서 민주당도 최근 대선 지지율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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