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트럼프와 면담…한미 가교 '역할론' 솔솔

입력 2024-12-22 17:04:15 수정 2024-12-22 19:24:52

기업·정치인 통틀어 최초로 만나…"장남과 친분 10∼15분 정도 대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대선 후 한국인 최초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 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21일 오전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러 온 정 회장은 이날 귀국길에 오르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했다.

마러라고 체류 기간 트럼프 당선인과 식사를 함께했고, 여러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게 정 회장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식사를 제외하고 10∼15분 정도 나눈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대화 도중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관련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면서 극도의 '보안 모드'를 취했다.

특히 정 회장은 자신이 한국 재계와 트럼프 당선인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무슨 자격으로"라며 선을 그었다.

또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방미 사절단을 꾸리면 그 일원으로 참석할 수 있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정 회장은 자신은 기업인이고 이번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의 개인적 친분에 따라 이뤄진 것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관한 사항은 우선적으로 외교 당국 등 정부 차원에서 수행할 업무라는 점에서 자신이 '월권'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의 이러한 '신중 모드'에도 외교 당국이나 재계에서 바라보는 정 회장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이후 트럼프 2기 정부가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차별적인 공세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은 '트럼프발 격동'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이런 대응책의 일환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 측과 미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다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정 회장의 존재 가치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